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태준의 문향] <59> 김교신의 '조선지리 소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태준의 문향] <59> 김교신의 '조선지리 소고'

입력
2010.11.21 12:17
0 0

김교신(1901-1945)은 동경 유학 중이던 1927년 함석헌(咸錫憲) 등과 함께 을 창간하고, 1930년부터는 주필로 출판을 스스로 담당하며, ' 사건'으로 탄압을 겪은 민족주의자였다.

"아, 너는 소위 기독교신자보다는 조선혼(朝鮮魂)을 소유한 조선인에게로 가라!시골로 가라! 산골로 가라!"고 창간사에 썼던 그는 15년 간 이 잡지를 내어 민족혼을 북돋우며, 잡지를 폐간에 이르게 한 '조와(弔蛙ㆍ개구리의 죽음을 슬퍼함)'와 같은 명문장을 쏟아냈다. 특히 그는 동경고사(東京高師)의 영문과에서 지리박물학과로 전과한 지리학자였으며, 최남선과 함께 한국 근대 지리학의 토대를 만든 지리학자였다(이은숙; 제52호, 2001.3. 참고).

그는 양정고보에서는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의 우승자 손기정 선수를 키운 스승이었으며, '물에 산에'라는 답사 모임을 이끌어 학생들에게 지리역사에 대한 사랑과 민족의식을 고취한 사상가였다. 특히 지리학자로서 에 남긴 '조선 지리 소고(小考)'는 그의 지리 역사의 조예(造詣)와 함께 그의 국토 사랑 민족 사상을 전해주는 명문이다.

"조선 산천을 말하는 사람은 금강산의 기암괴석을 찬미하거나 백두산의 웅장한 봉우리를 감탄하는 것으로 끝나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쓰고자 한다면 그것은 바로 조선식 해안의 길이가 무궁함을 표현하는 데나 사용할 말이다. 지자(智者)는 바다를 사랑한다는 말이 사실일진대, 무릇 지자로서 자처하는 이는 한산도 앞 바다에 작은 배를 띄워 놓고 나갈 길을 찾아 볼 것이다. 바다와 육지의 상대적 관계가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이 허다한 섬과 산허리 사이사이에서 돛을 달아 노를 저어가 보기를 바란다. 여기에서 자기의 지략을 신뢰할 수 있는 자는 미친 자이거나 불세출의 영웅이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확신하여도 무방할 것이다."(5. 해안선)

"에서 '고려'라는 항목을 찾아보라. 거기에는 이순신과 거북선의 그림 설명이 있으리니, 세계인들로 하여금 조선을 기억하게 한 것은 다도해의 무궁무진한 그 기묘한 이치를 파악할 줄 알았던 한 장부가 있었던 까닭을 알 수 있다. … 요컨대 3면의 해안선으로 보아도 조선 강토에 부족함이 없을 뿐 아니라, 해안선만은 실상 과분하다 하리만큼 조물주가 우리 민족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신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조선 지리 소고', 제 62호, 1934.)

그의 지리 사상에는 그를 무교회주의로 이끈 우치무라 간조(內村鑑三)의 영향이 컸다. 우치무라는 를 발간하는 한 편으로, 유럽 지리학자 기요(Arnold Guyot)의 등을 참고로 을 썼고, 를 낸 지리학자였다. 그러나 김교신의 '조선지리소고'는 "조선의 국토는 그대로 조선의 역사이며, 조선 사람의 정신이 이 땅에 깃들고 민족 생활의 자취가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는 그의 지리 사상의 부연이며, '성서'와 '조선(지리)'은 그의 삶의 두 기둥이었다.

동국대 명예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