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 관련 사실을 보고받고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이 여러 차례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개발을 공언했지만, 보고받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과 시설이 예상보다 정교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백악관이 19일과 20일 고위 관리들을 의회에 보내 관련 사실을 공유하고,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일(현지시간) 부랴부랴 한국 등 6자회담 당사국 순방에 나선 것이 이를 반증한다.
미 행정부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미국 핵 과학자에게 의도적으로 공개한 것은 핵협상력을 높이려는 전형적인 전술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강도를 더해가는 북한의 도발에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미국의 고민이다. 이미 유엔결의와 국내법을 통해 대북제재가 강도 높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채찍을 찾기가 어렵다. 또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 농축방식으로 이미 현실적인 핵보유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면 미국의 입장은 수세적일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이 핵폭탄보다 파괴력이 월등한 수소폭탄이나 열핵폭탄을 제조하기 위한 전단계일 가능성을 제기해 미국을 더욱 초조하게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북한 경제가 제재로 타격을 받았지만, 핵야망을 포기하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며 미국의 옵션이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보즈워스 대표의 아시아 순방, 특히 중국 방문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고 북한 설득에 강력히 나서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순방에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새로운 협상틀이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중국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며 언론들도 영자지 환추(環球)시보 인터넷판 만이 유일하게 간략하게 사실만 보도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여 미국과 대조를 보였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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