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19일 이병철 창업주의 23주기를 맞아 사실상 3세 경영체제에 대비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선언했다. 이건희 회장의 지시로 전략기획실 등 '그룹조직'을 복원하고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책임자로 앉히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은 이런 조치가 경영승계의 구체화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하지만 이 회장이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의 사장 승진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컨트롤 타워 복원을 지시한 것은 일련의 수순으로 보인다. 특히 이 회장의 분신과 같았던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을 일선에서 퇴진시킨 점에 비춰봐도 이재용씨를 중심으로 제2의 신경영 체제를 조속히 뿌리내리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읽힌다.
이 회장은"21세기의 변화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심하다. 지난 10년간 나름대로 대비해왔지만 곧 닥쳐올 변화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의 힘을 모으고 사람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올 3월 복귀하면서 제기한 '진짜 위기론'의 연장선 위에서 조직과 경영의 전면 탈바꿈을 속도 있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이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충분히 공감이 가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의 쇄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또 편법승계 논란과 비자금 의혹을 낳은 '관리' 혹은 '재무'의 삼성이 신사업에 정통한 기획통을 컨트롤 타워 책임자로 기용해 부정적인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회장의 심기 경호와 계열사 통제에 치우쳤던 그룹조직의 업무가 계열사 지원과 역량 강화에 모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기대와 관심만큼 우려와 비판도 적지 않다. 어떻게 치장하더라도 그룹조직의 복원은 결국 3세 경영승계에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비판은 삼성이 국민의 성원과 정부지원으로 성장한 국가자산이라는 보편적 인식을 깔고 있다. 이 회장과 이재용씨는 능력-성과-혁신의 3박자가 어우러진'뉴 삼성'만이 승계를 정당화하는 조건임을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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