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구원의 길은 있으리라는 염원을 보여주는 지장보살은 말하자면 희망의 최후 보루다. 지옥에서 천상까지 육도(六道) 윤회에 갇힌 중생을 구하겠다고 서원한 지장보살은 특히 지옥 구제의 측면이 부각되면서 명부 세계의 주존으로 모셔진 대승불교의 4대 보살 중 하나. 국내에서도 지장 신앙은 고려 시대부터 민간에 널리 퍼져 사찰마다 지장전이나 명부전에 지장보살 불상이 봉안돼 있다.
불교의 사후 세계관을 보여주는 지장보살 관련 국내 유물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내외 고려불화 걸작들이 총출동해 큰 관심을 모으고 21일로 끝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불화대전을 뒤이어 열리는 불교 미술 전시다.
23일부터 서울 견지동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삶, 그 후-지옥 중생 모두 성불할 때까지’전은 국내 각 사찰과 박물관에 있는 지장보살 관련 유물 85점(보물 6점 포함)을 모은 지장보살 특별전이다. 지장 기도 도량인 고창 선운사의 금동지장보살좌상(보물29호) 등 실제 신행 활동의 대상이 되는 불상도 어렵게 서울 나들이를 한다. 전시 대표작은 선운사 불상을 비롯해, 보물 지정을 앞둔 예천 용문사의 목조지장보살좌상, 안성 청룡사의 감로왕도(보물 1,302호), 고성 옥천사 보장각의 시왕도, 경주 기림사의 지장보살본원경(보물 959호) 등이다.
전시는 도교나 민간 신앙 등과 결합된 불교의 사후 세계관을 4부로 구성해 보여주는데, 1부는 염라대왕을 비롯한 시왕(十王)이 지옥에서 망자를 재판하는 모습을 담은 시왕도와 지옥도 등을 전시한다. 2부는 지옥에서 중생을 구제하는 지장보살을 형상화한 유물과 그 말씀을 담은 경전, 3부는 남은 자의 신앙에 초점을 맞춰 천도 의식과 관련된 유물로 구성된다. 지장신앙에는 망자가 극락왕생하기를 바라는 남은 자의 축원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사별의 고통을 달래주는 의미도 크다. 4부는 지장신앙이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아미타 신앙과 결합한 모습을 다루는데, 지장보살이 아미타불의 협시불로 등장하는 아미타삼존도 등을 전시한다.
최근 불교중앙박물관 관장으로 취임한 금석학 전문가 흥선 스님은 “지장보살 관련 유물들은 임진왜란 이후 사후 세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망자와 관련된 의례가 성행하면서 조성된 것이 많다”며 “지장신앙의 의미를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16일까지. (02)2011-1965.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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