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양메이저의 유동성 문제 해결을 위해 동양생명 지분을 '콜 옵션' 방식으로 9,000억원에 매각했다.
동양그룹은 15일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파이낸셜, 동양캐피탈이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 46.5%를 보고펀드에 매각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지난 12일자로 체결했다고 밝혔다. 매각금액은 주당 1만8,000원, 총 9,000억원 규모. 보고펀드는 이미 확보한 부분까지 합칠 경우 동양생명 지분 60%를 보유하게 돼 이 회사의 1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동양그룹은 "보고펀드는 동양생명보험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현 경영진이 그대로 유지되는 등 경영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그룹과 보고펀드는 앞으로 동양생명을 공동 경영한다는 방침이다.
동양그룹은 이번 매각 협상에서 '콜 옵션'조항을 넣어, 3년 만기 후에는 매각 지분을 일정 가격에 우선 매수할 수 있게 됐다. 동양그룹은 2002년 이뤄진 동양메이저 재무구조 개선 당시에도 동양시멘트 지분을 '콜 옵션'을 붙여 매각한 뒤 2년 후 재인수한 사례가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지분 매각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양메이저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알려졌는데, 9,000억원 매각 대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메이저는 27개 계열사로 구성된 동양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인데, 그룹이 본격적인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시도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되어 왔다. 게다가 주력 부문인 건설ㆍ시멘트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동양메이저는 올 9월말 현재 총 부채(1조4,300억원)가 총자산(1조4,002억원)보다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반면 동양생명은 2010년 회계연도 상반기 (4~9월)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49%나 늘어난 836억원에 달할 정도로 동양그룹에서는 '효자' 기업이다. 요컨대 종갓집을 살리기 위한 자금을 알짜 방계기업을 저당 잡아 마련한 셈이다.
한편 동양그룹은 동양메이저 경영 정상화를 시작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그룹 관계자는 "동양시멘트, 동양매직, 동양시스템즈 등 제조부문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생명보험, 동양파이낸셜 등 금융부문을 망라해 통합 및 분할 작업을 벌여 동양메이저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체제를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양메이저가 보유중인 부동산과 유가증권 등 비핵심 자산도 매각해 2,400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한편, 조만간 대규모 유상증자도 함께 추진해 부채비율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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