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는 매일 사표 쓰고 싶다. 이놈의 제목 때문에.'
격주간 출판 전문지 <기획회의> 283호(11월 5일자) 특집인 '독자를 유혹하는 제목' 중 한 꼭지의 제목이다. 독자를 '한방에' 사로잡을 책 제목을 짓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편집자의 얼굴이 떠올라 안쓰럽다. 기획회의>
이 특집은 <정의란 무엇인가> <빌린 책, 산 버린 책> <팬티 인문학> <1Q84> 등 28권의 제목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각 책의 편집자가 직접 소개하고 있다. 책의 내용과 성격을 잘 드러내면서도 신선하고 강렬한 제목을 짓기 위해 고치고 또 고치며 씨름한 과정이 생생하다. 정직하게, 강렬하게, 궁금증이 생기도록, 원제의 힘을 믿고(번역서의 경우), 입에 착 감기게, 가슴 한복판에 직구를 던지고 싶다, 등등 저마다 작명에 선택한 전략과 기대는 다르지만, 독자를 유혹하려는 열정은 마찬가지다. 팬티> 빌린> 정의란>
이번 주 신간 앙드레 버나드의 <제목은 뭐로 하지?> 도 유명한 책 제목들의 숨겨진 이야기다. 엉뚱하거나 기발한 제목들의 사연, 제목을 두고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벌어지는 실랑이 등이 흥미롭다. 제목은>
책의 제목은 말하자면 자석 같은 것이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너무 고지식하면 흥미를 유발하지 못하고, 반대로 너무 선정적이면 정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한눈에 반하게 하든, 두고두고 생각나게 하든, 그 바탕에는 독자와 소통하려는 진지한 열망이 깔려 있다.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이 이와 비슷할까. 내 마음을 읽어주세요, 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책의 홍수 속에서 책쟁이들의 제목 짓기 분투는 갈수록 격렬해진다. 제목 한 줄에 깃든 그들의 노고를 기억하자.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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