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초ㆍ중ㆍ고 교육과정 개편안을 마련했다. 골자는 인접 교과목과 문ㆍ이과 간 장벽 제거를 통한 융합교육 강화, 현행 주입식 교육을 실생활ㆍ현장 중심의 실용교육으로 내실화, 문법 위주 언어교육을 글쓰기와 말하기 중심교육으로 전환 등이다. 개편안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세부 조율과정을 거쳐 교육현장에 반영된다. 한마디로 오랫동안 당연시돼온 기존 교육의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내용이다.
융합교육은 학문 연구의 세계적 추세로 보거나, 특히 지식과 사고의 기초를 길러야 하는 초ㆍ중등교육의 목적으로 보아 합당한 방향이다. 주입식 교육 개선과 학습부담의 경감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의가 없다. 자문위가 개편안 마련을 앞두고 지난해 학부모와 교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70% 이상이 현행 교육과정의 대대적 개편을 요구했다.
항상 그렇듯 문제는 구체적 추진과정이다. 말은 쉽지만 바꿔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융합교육이 가능한 교원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초기 이행 과정에서 또 한 차례 사교육 광풍을 초래할 것은 불문가지다. 어떤 경우에도 공교육이 감당치 못하는 교육개편은 금물이다. 사범대ㆍ교육대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하고, 기존 교사들에 대한 재교육도 병행돼야 한다. 담당 분야가 축소되거나 불필요해진 교원들의 반대를 어떻게 설득할지도 숙고해야 한다. 교사들의 적극적인 협조, 참여가 전제되지 않은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대입제도 또한 개편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역시 대학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주입식 교육 개선과 학습부담 경감은 더욱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기존 교육을 무조건 부정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주입식 교육은 일정 부분 부인치 못할 교육기능이 있는 데다, 다소 많은 학습량도 다른 국가들이 부러워하는 우리국민의 높은 질과 국가경쟁력 제고에 기여한 바 크다는 엄연한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정밀하게 연구하고 현실여건을 충분히 갖춰가면서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식으로 추진하기를 주문한다. 교육에서 최악은 조급한 성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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