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11월 미셸 푸코(1926~1984)와 노엄 촘스키(82)가 네덜란드 TV 프로그램 초청으로 방청객들 앞에서 세 시간 가량 토론을 했다. 네덜란드 철학자 폰스 엘더르스가 사회를 본 이날의 주제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때라, 시대의 양심으로 꼽히는 두 사람의 대담은 더욱 관심을 모았다.
<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는 이 대담과, 그후 두 사람이 각자의 견해를 좀더 자세히 밝힌 자료를 묶은 것이다. 1장은 대담, 2~4장은 1976년 인터뷰(촘스키의 정치관과 언어철학, 푸코의 진리와 권력론), 5장은 권력의 본질과 작동 방식에 관한 푸코의 1978년 스탠포드대 강연, 마지막 6장은 푸코가 사망 직전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발표한 인권 성명서다. 2~4장 인터뷰는 각자 프랑스 언어학자 미추 로나, 이탈리아 정치가 알레산드로 폰타나와 한 것이다. 촘스키와>
대담에서 언어학자인 촘스키는 어린아이의 언어 습득 능력을 들어 '인간의 본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반면 철학자 푸코는 그건 역사적 사회적 제약을 받는 인식론적 지표일 뿐 과학적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출발점이 다른 만큼 정치, 권력, 진리에 대한 견해도 서로 다르다. 촘스키는 사회적 시대적 한계가 있다고 해서 인간성에 대한 믿음과 정의를 추구하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고 강조하는 반면, 푸코는 정의는 권력의 지배 수단 혹은 권력에 대항하는 무기로서 만들어진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인간과 사회, 역사에 대해 촘스키는 긍정적이고, 푸코는 회의적이다. 훗날 촘스키는 '우리는 동일한 산을 정반대 방향에서 오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대담은 유튜브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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