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옥(文字獄). 중국에서 글 때문에 화를 당하는 일, 즉 필화를 일컫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의 자장 안에선 문자옥이 끊이지 않았다. 작정하고 권력을 비판한 글뿐 아니라, 무심코 쓴 한 줄의 글로 인해 고초를 겪고 목숨까지 잃는 비극도 적지 않았다.
는 중국의 역사를 문자옥이란 키워드로 풀어 쓴 책이다.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부터 청나라 때 '소보(蘇報)'사건까지 당대의 시대상이 함축된 문자옥들을 소개하는데, 연루된 인물에 대한 저자 나름의 평가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형적인 문자옥에는 최고권력자가 가해자, 꼿꼿한 지식인이 피해자로 등장하지만, 저자는 "문자옥을 만든 사람도, 희생된 사람도 지식인이었다"고 말한다. 글쓴이 스스로 권력자에게 들이댄 직설이 아니라면 필화에는 누군가의 왜곡과 밀고가 개입되기 마련인데, 그들이 바로 권력을 탐한 지식인이었다. 유혈이 낭자한 사건들보다 대개는 유배나 좌천 정도로 그쳤던 당ㆍ송대의 문자옥들에 더 눈길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당쟁에 몰두해 문자옥이란 양날의 검을 휘둘러댔던 사대부들은 "자신도 언제든지 문자옥으로 끌려들어갈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전전긍긍했다."
송나라 구양수처럼 멋진 사내도 만날 수 있다. 그는 범중엄을 문자옥에 엮어넣은 간신 고약납에게 꾸짖는 편지를 보냈다가 스스로도 화를 당했는데, 후에 복권된 범중엄이 그를 중용하려 하자 껄껄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과거에 제가 님의 편에 선 것은 지금의 자리를 바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물러날지언정 결코 님과 함께 나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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