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호스트먼 지음ㆍ이문영 옮김
쌤앤파커스 발행ㆍ324쪽ㆍ1만6,000원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장기, 1.4kg의 ‘생각하는 근육’ 뇌에 대한 이야기다. 19개 언어로 번역돼 읽히는 과학잡지 과 에 발표된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일상 활동과 생명현상들에 관한 뇌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저자 주디스 호스트먼은 건강과 의료 정책에 관한 글을 왕성하게 집필해 온 의학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언론학자다.
이 책은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이라는 비교적 생소한 생명과학의 이론을 뼈대로 삼았다. 시간과 생명현상의 관계를 연구하는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의 모든 활동의 배후에는 우리 몸을 조종하는 생체 시계가 있다. 저마다 다른 속도로 흐르는 이 시계는 인간의 생체 리듬 전반을 주관할 뿐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행동들을 조종하며 질병과 노화, 건강과 장수의 비밀까지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자는 뇌 속 깊숙한 곳에 있는 교차상핵을 우리 몸에 내장된 대표적 생체 시계로 설명한다. 지구의 자전에 맞춰 24시간, 또는 25시간 주기로 작동하는 이 시계가 생리적 변동, 체온, 고혈압, 맥박, 호르몬 수치, 취침과 기상 시간 등을 좌지우지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저녁에 들으면 별 것 아닌 일을 갖고 아침엔 버럭 화를 내게 되는 이유, 가끔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결정을 내리는 배경에도 몸 속의 ‘권력자’인 이 생체 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책의 장점, 곧 쉽게 읽히도록 만드는 비결은 딱딱한 뼈대에 살을 붙이는 방식이다. 저자는 뇌가 보내는 하루 24시간을 1시간 단위로 쪼개, 매 시간 뇌 속에서 얼마나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지를 흥미롭게 서술한다. ‘쥐도 커피 향기를 좋아할까?’ ‘머리가 클수록 사기를 잘 친다?’ ‘술을 마시면 유머 감각이 없어진다?’ 같은 말랑한 궁금증 풀이도 군데군데 책갈피처럼 끼워 놓았다.
책은 ‘아침 5시-몸 속 자명종이 몸과 마음을 깨운다’, ‘저녁 5시-날이 저물면 뇌도 우울해진다’, ‘새벽 1시-야간 근무조가 처리해야 할 중요한 임무들’ 등 스물 네 토막으로 이뤄져 있다. 두런두런 일상의 쉬운 사례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저자의 24시간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뉴런이니 타우단백질이니 베르니케 영역이니 하는 개념은 여전히 낯설더라도 뇌과학과 신경과학이 밝혀낸 인간의 비밀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진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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