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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독서 중] '이십억 광년의 고독'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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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독서 중] '이십억 광년의 고독' 김민정 시인

입력
2010.11.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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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요즘 읽는 책은?

"일본시인 다니카와 슈운타로(谷川俊太郞)의 시집 <이십억 광년의 고독> ."

­ _왜 이 책을?

"5,6년 전 일본현대시인들의 시선집을 읽다가 이름을 들어보긴 했는데 처음으로 시집이 번역됐다고 해서 바로 구했습니다. 참 쉽게 읽힙니다. 시를 읽을 때의 내 마음을 아주 예쁘게도 만듭니다. 1931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여든인데 이 시인의 상상력은 여덟 살 어린이의 그것처럼 길들여짐이 없습니다. 모든 사물을 그만의 시선으로 그만의 말로 새롭게 해석해낼 줄 아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그 자체로 어린이인 사람, 거짓말에 울고, 숨긴 것을 자꾸 들키며, 손에 쥔 것을 활짝 펴서 보일 줄 아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순정, 그 귀한 순정을 일러주는 이 시집은 내가 얼마나 늙고 탐욕스러운 어른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_이 책의 좋은 점은?

"시집이라는 특성상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키는 대로 펼쳐서 아무 페이지나 읽어도 좋습니다. 한 편의 시가 아니라 한 줄의 문장, 그도 아니라면 단어 하나에 '필'이 꽂혀도 무방합니다. 가령 '슬픔은 깎다 만 사과'라는 대목을 읽다 벌떡 일어나 부지런히 홍옥을 사러 나간다면 그야말로 시의 아름다움 덕분이 아닐까요."

_인상적인 대목은?

"'시인'이라는 작품이 울림이 커요. '시인은 거울이 있으면 반드시 들여다봅니다/ 자신이 시인인지 아닌지 확인합니다/ 시인인지 아닌지 시를 읽어도 알 수 없지만/ 얼굴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지론입니다' 같은 구절이지요. 시를 쓰는 시인의 자세를 들여다 볼 수 있어 시를 쓰는 제게 긴 여운이 남습니다."

_추천한다면?

"집에 시집 한 권 있을까 싶은 정치인들. 입을 열면 일단 싸우려고 드는 원색적인 말의 소유자들. 시의 비유나 상징을 염두에 둔다면 그렇게 부끄러운 방식의 소통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번역된 <이십억 광년의 고독> 은 일본 원로시인 다니카와 슈운타로의 시선집이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발표한 시 117편과 산문 3편을 묶었다. 일본 국민 대부분이 누가 쓴 작품인지 의식하지 않은 채 무심코 흥얼거릴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시세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학과지성사ㆍ253쪽ㆍ1만원.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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