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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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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

입력
2010.11.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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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버크 지음ㆍ장석봉 옮김

궁리 발행ㆍ532쪽ㆍ3만원

17세기 초 갈릴레이가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관찰하고 내린 결론은 충격적이었다.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었다! 오랜 믿음이 무너졌다. 유럽인들은 세계를 더 이상 예전 방식대로 볼 수 없게 됐다.

지식과 과학의 역사에는 그런 결정적 순간들이 여러 번 있었다. 예컨대 원근법 기하학은 모든 사물의 위치를 신과 얼마나 떨어져 있느냐로 재던 중세적 척도를 깨뜨렸고, 다윈의 진화론은 신의 천지창조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주가 바뀌던 날 그들은 무엇을 했나> 는 서양 역사에서 과학과 지식이 세계관을 어떻게 바꿔 왔는지 극적인 변화의 순간들을 통해 돌아본다. 2000년 같은 제목으로 나온 국내번역본을 재출간했다. 출판사만 다르고 번역자는 같다. 원서() 초판은 1985년, 개정판은 1995년 나왔다. 저자 제임스 버크(74)는 영국 BBC의 과학ㆍ역사 다큐멘터리 PD이자 과학기술사를 다룬 <커넥션> < 핀볼효과> 등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작가다.

책은 11세기 유럽이 이슬람의 위대한 학문적 성취를 접하고 충격을 받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에스파냐 남부 톨레도를 300년 넘게 장악했던 이슬람이 1085년 패퇴하자 북유럽 학자들은 홍수처럼 이 도시로 몰려든다. 유럽에서 잊혀졌던 고대 그리스의 지적 유산과 아랍 과학의 눈부신 결실들이 거기에 있었다. 아랍 학자들의 저술을 통해 재발견된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은 중세의 신비주의적 미망을 뚫고 근대 경험주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되었다.

이야기는 20세기 초반까지 이어진다. 14세기 원근법 기하학의 등장, 15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혁명, 16, 17세기 천문학의 태양 중심설, 17세기 산업혁명, 18세기 의학 혁명, 19세기 다윈의 진화론과 패러데이 등의 전기 실험, 20세기 전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 등이 그것이다. 각각의 지식과 과학이 일으킨 세계관의 변화를 그것들이 나온 배경과 전개 과정 등 전후 맥락을 살펴 설명한다.

저자는 "어느 시대건 지식의 핵심부가 변하면 세계관이 바뀌었다"며 결국 "우리가 아는 것이 곧 우리 자신"이라고 말한다. 지식이 역사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면, 과연 진리란 무엇인가. 이 질문이 마지막 제 10장의 주제다. 저자는 어떤 지식도 절대적 진리임을 주장하며 특권적 지위를 누려서는 안되며, 지식은 소수 전문가뿐 아니라 누구든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결론을 대신하고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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