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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동삼월조와만기(冬三月早臥晩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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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동삼월조와만기(冬三月早臥晩起)

입력
2010.11.19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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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녁 8시를 전후해서 휴대폰을 끈다. 집에 일반 전화를 없애버린 지 오래다. '문학하는 사람은 달라,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그 시간에 책을 읽는구나, 그 시간에 시를 쓰는구나' 라고 추측하시면 오해다. 이유는 전화의 방해를 받지 않고 편안히 잠자기 위해서다.

은현리로 이사 가서부터 생긴 나의 수면법은 일찍 자는 것. 겨울철에는 해가 있을 때 일찍 밥 해 먹고 어두워지면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잤다. 시골과 도시의 겨울은 분명히 시차(時差)가 있는 것 같다. 은현리의 저녁 8시는 도심의 자정쯤에 해당된다. 낙목한천 적막강산 추운 밤에 잠자는 것이 최고였다.

에서 나의 겨울잠도 약(藥)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허준 선생 왈, 동삼월조와만기(冬三月早臥晩起)라고 했다. 겨울 석 달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 했다. 필대일광(必待日光), 반드시 해가 뜬 뒤에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유인즉 그것이 자연인 사람이 자연인 겨울에 순응하는 일이며 이는 신장(腎臟)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일어나면 따뜻한 것을 먹고 찬 것을 먹지 말라했다. 오늘 토요일, 가족이 다 모여 일찍 TV 끄고 불 끄고 자자. 각방이 아닌 한방에 가족이 다 모여 내일 아침 해가 뜰 때까지 푹 자자. 아침에 일어나서는 구수하고 따뜻한 숭늉을 마시자. 그 잠이 가족이 다함께 먹는, '허준표 보약'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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