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수 있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한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들면서 세계적인 창조산업을 일궈낸 탁월한 기업가 월트 디즈니의 말이다. 콘텐츠 산업, 즉 창조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그 어느 때 보다 상상력과 창조력이 강조되고 있다. 상상과 창조의 세계는 아이디어 감각 지식 등이 '상품'이 되는 모든 과정, 즉 '돈'으로 변환되는 일련의 과정에 자리한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문화적 시공간으로 이에 해당하는 성공사례다.
상상과 창조, 그리고 융합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떠오른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은 로스앤젤레스 뮤직센터의 네 번째 홀이며 2,265명을 수용할 수 있다. 월트 디즈니의 미망인 릴리안 디즈니가 남편을 기리기 위해 1987년 5,000만 달러를 로스앤젤레스 시에 기증하고 1991년에 건축설계를 마친 후 1992년에 착공되어 2003년 10월에 완공되었다. 건물의 외관을 스테인레스스틸로 덮어 장미꽃이 피는 모습을 형상화한 콘서트홀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건축설계를, 일본의 음향학자 야스히사 도요타(Yasuhisa Toyota)가 음향설계를 했다.
이제 개관한지 겨우 7년 밖에 안 된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이 로스엔젤레스의 랜드마크가 되어 세계인의 관심의 대상이 된 배경엔 월트 디즈니와 프랭크 게리라는 세계적인 브랜드를 명목적인 가치로만 사용하지 않고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현재는 무료이지만 개관 초기엔 홀을 찾는 사람들은 공연이 없는 시간에도 10달러 이상을 지불해야 60분 정도의 오디오 가이드를 받으면서 홀 내부를 둘러 볼 수 있었다.
또한 이 거대한 건물 내에는 월트 디즈니 재단이 설립한 예술대학교 칼아츠(CalArts)가 운영하는 레드캣(REDCAT)이 있다. 래드 캣은 400석 규모의 개방형 공연장과 부속 갤러리로 구성되어 있다. 주 공연장에선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로스앤젤레스 마스터 합창단의 공연이 열린다. 레드 캣에선 미디어 퍼포먼스와 무용, 연극 등의 새로운 예술상품이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 로스엔젤레스를 대표하는 최고급 레스토랑도 있다. 프랑스와 캘리포니아 스타일을 융합한 레스토랑 파티나(Patina)의 코스 메뉴는 또 하나의 문화상품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운영하는 아트 콤플렉스가 있으며 계속 새로 생기고 있다. 그러나 특정 지역의 장소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 문화 수익을 창출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성공 사례를 찾기는 아직 힘들다. 문화적 시공간을 문화 브랜딩하는 전략은 문화적 정체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 홀과 같이 상상, 창조, 그리고 융합이 최적화한 사례들을 통해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적 정체성 우선 고려를
상상과 창조의 세계가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에서는 다양한 예술 학문 과학 기술 등 여러 분야 간의 융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을 배양하기는 결코 쉽지 않아 늘 겉돌기 마련이다. 시대적 트렌드에만 부응하려는 교육 저술 강연 이벤트들이 또 하나의 콘텐츠 사업으로 활성화하고 있어 상상과 창조, 융합의 덕목만 강조되고 있는 현실이다.
상상, 창조, 그리고 융합의 세계는 인간의 오감각과 연계할 수 있는 최적화한 융합 콘텐츠 상품과 그것이 담길 수 있는 시공간이 함께 필요하다. 이러한 세계를 현실로 풀어내는 융합적 관점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시점이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미디어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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