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브랜드’라고 하면 고급스럽기는 하지만 자칫 잘 팔리지는 않는 옷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패션업계에서는 대기업의 고급 기성복과 해외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 디자이너 브랜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연 매출 370억원을 올리며 매년 20%씩 성장, 백화점 디자이너 브랜드 분야 1위를 고수하는 브랜드가 있다. 페미닌, 럭셔리, 섹시 콘셉트를 추구하는 브랜드 손정완이다.
손정완 브랜드는 엄마와 딸이 함께 찾는 매장으로도 유명하다. 폭넓은 연령층으로부터 널리 사랑 받고 있다는 얘기다. 1989년 문을 연 이후 20년간 손정완의 명성을 지켜온 데에는 디자이너 손정완씨 혼자만이 아니라 손순혜 대표, 손은희 마케팅실장까지 세 자매의 힘이 컸다.
어릴 때부터 옷 좋아해
손정완씨의 전공은 산업공예다. 초등학교 때 유니세프의 그림 공모전에 당선된 후 미술에 대한 꿈을 키웠다. 미술만큼이나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패션. 초등학교 때부터 멋 내는 것을 좋아해 커다란 나비 모양 안경테에 굵은 머리띠를 착용하고 다녔다. 그는 “어떤 옷을 입혀도 맘에 들어 하지 않자 어머니는 양장점에 가서 직접 맞춰 입으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한다. 대학생 때도 아버지가 입던 트렌치코트를 수선해 스키니 바지와 맞춰 입었다. 손순혜 대표, 손은희 실장은 “패션과 미술에 관심 있는 큰 언니를 보고 자연스럽게 패션을 접하고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세 자매 뭉치다
숙명여대 4학년 재학 시절 손 디자이너는 패션을 선택한다. 의류회사 논노에 취직한 친구가 “패션업계에 의류학과 전공자도 좋지만 남다른 감각을 가진 이들도 필요하다”고 권유한 것이 계기였다. 그 길로 손 디자이너는 국제복장학원을 다녔고 졸업 후 기성복 회사를 2년간 다녔다. 하지만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옷을 마음껏 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1989년 압구정동에 자기 매장을 냈다. 그의 감각적인 디자인은 강남에서 입소문이 났고 1990년 갤러리아 백화점에 입점하게 됐다.
경영학석사를 마치고 외국계 회사에 입사한 손순혜 대표는 부사장에 승진했고, 손은희 실장은 국제복장학원을 막 졸업하던 때였다. 손 디자이너는 규모가 커진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동생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세 자매가 손정완 브랜드로 뭉치게 됐다.
철저한 분업이 시너지
20년간 손정완의 성공을 일궈 온 것은 철저한 분업이다. 손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전념하고, 손 대표는 디자인에 관여하지 않는 대신 경영을, 손 실장은 마케팅을 담당한다. 손 대표는 회사를 법인 등록하고 백화점 유통에 주력해 매장을 35개로 늘렸다. 가두점이나 홈쇼핑에 진출하는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들과는 달리 손정완은 백화점 영업만 고수한다. 손 대표는 “상품의 질을 유지하면서 가두점이나 홈쇼핑에 진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1인 디자이너 체제인 손정완 브랜드는 과도한 확장보다는 철저한 이미지 관리가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사교적인 손은희 실장은 패션쇼 때마다 첫 줄에 자리잡는 이효리 윤은혜 소녀시대 카라 등 유명인 섭외의 일등공신이다. 그는 두 자매 사이 윤활유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남성복과 뉴욕 진출
손정완은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손 디자이너는 내년 2월 뉴욕패션위크 참가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2006년 파리에서 열리는 캐주얼 전시회 ‘후즈 넥스트’에 프랑스인 이외의 디자이너로서는 처음으로 초청 패션쇼를 가진 후 줄곧 해외 진출을 노려왔다. “셋이 함께 할 수 있는 것 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성공한 디자이너 브랜드가 될 겁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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