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첫 정치살인이자 사법살인으로 비판 받아온 '조봉암 사건'의 재심 재판이 사건 발생 51년 만에 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8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죽산(竹山) 조봉암(1898~1959)에 대한 재심 첫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조봉암은 1959년 7월 31일 서울서대문형무소에서 간첩ㆍ국가보안법위반 등의 혐의로 사형을 확정 판결받고, 18시간 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법원은 지난 달 29일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결정했다.
이날 공개변론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인 최병모ㆍ김필성 변호사는 "이 사건은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 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조 선생을 살해한 정치적 사건"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들은 "조봉암과 공동피고인 양이섭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이므로 국군정보기관인 육군특수부대에서 이들을 수사할 권한이 없는데도 구타와 약물투여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며 "조봉암의 혐의에 대해 유일한 증거였던 양이섭의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병두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은 "6ㆍ25 이후 국가안보가 당면과제인 시대적 상황과 당시 사회에서 공유된 헌법적 가치, 법률 해석기준과 판례도 인정해야 한다"며 "재판과정에서 변호인의 도움이나 반대신문이 충실히 이뤄졌는데 관련자들이 숨지고 관련 문서가 없는 상황에서 판결을 뒤집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재심 사건의 결론은 앞으로 다른 재심 사건의 기준으로 적용될 것이므로 엄격한 판단과 기준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피고인 측에 조봉암이 북한에 갔다 온 양씨와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 점은 인정하지만 양씨는 육군첩보부대 공작요원으로 북한에 갔다왔기에 간첩죄와는 무관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에 이 대법원장은 검찰 측에 "양씨가 남북의 '이중간첩'으로 북한에 일부 정보를 넘겨줬어도 간첩죄로 볼 수 있냐"고 물었고, 검찰은 "양씨의 의도에 따라 적국에 이용됐다면 간첩죄가 적용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른 시일 내에 선고 기일을 결정하겠다"고 밝혀, 연내에 재심 확정 판결이 나올 전망이다.
조봉암은 1948년 건국 후 초대 농림부장관과 1ㆍ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56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승만 대통령과 접전 끝에 낙선했다. 이후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을 간첩죄로 몰아 사형에 처했다.
임현주기자 korear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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