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인정한 것을 두고 정치권은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은 “퍼주기 협상”이라고 반발했고 한나라당도 “협정문안의 토씨 하나 바꾸지 않겠다”던 정부의 입장 번복을 당혹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선 정부가 밝힌 ‘주고 받기식’ 부분 재협상 논의를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한나라당 소속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남경필 위원장은 18일 “향후 협상이 미국 요구만 받는 방향으로 진행돼서는 안 되고 우리도 미국에 일정 부분의 양보를 얻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남 위원장은 “미 의회가 쇠고기 문제에 손대지 않겠다는 전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논의해 볼 여지는 있다”고 덧붙였다. 남 위원장은 전날 쇠고기 문제가 포함될 경우 외통위에서 한미 FTA 재협상 비준안을 상정할 수 없다는 뜻을 미 대사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우리가 자동차를 양보하는 대신 농산품, 의약, 금융 등에서 이익을 얻어낸다면 재협상을 논의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협정문안을 손대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홍정욱 의원은 “그간 정부의 호언장담이 미국의 요구를 차단하기 위한 협상전략일지 몰라도 정부의 입장 번복은 국내적으로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며 “미국의 프레임에 따라 협상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원내 핵심당직자도 “한미 FTA 재협상은 한ㆍEU FTA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국회 차원에서라도 강하게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더욱 단호하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한미 FTA 협상은 수년에 걸쳐 양국이 이익의 균형을 이뤄낸 결과”라며 “여기서 양보한다는 것은 균형을 깨트리고 결국 불평등 협정을 가져오기 때문에 재협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대했다. 김 의원은 “일단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지만 협정문안 수정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경우 당론에 따라 의안 상정과 비준을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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