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를 위해 '털신'을 샀다. 털신이라고 해서 가죽으로 만들고 속에는 밑바닥까지 따뜻한 털이 수북하게 깔린 어그(ugg)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털신이라 털이 있긴 있는데 발목 부분 위에 누런 털이 달려있다. 11년째 겨울이 오기 전에 장만하는 털신이지만 나는 그 털의 정체를 모른다. 신발의 몸통은 검은색 비닐이다.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절집에서 스님들이 즐겨 신는 그 신발이다. 면 소재지에 있는 유일한 신발가게에서 부르는 공식 명칭은 '방한화'다. 11년 전에는 한 켤레 3,000원 했는데 올해는 5,000원을 주고 샀다. 털신을 사서 은현리 청솔당 현관에 반듯하게 놓아두면 발이 후끈후끈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눈이 와도 얼음이 얼어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다닐 것이다. 털신은 자신의 발 크기보다는 조금 넉넉한 것을 사야 한다. 겨울에 두꺼운 양말을 신을 것을 미리 계산해야 한다. 겨우내 내 전용 신발은 털신이다. 마실 다닐 때도 신고 시내에 나갈 때도 신고 서울 나들이에도 신고 간다.
신기해하는 서울내기 친구에게 털신을 선물한 적이 있다. 사무실에서 실내화로 사용했는데 여직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했다. 사실 털신은 따뜻한 신발은 아니다. 비닐로 만든 신발이 얼마나 따뜻하겠는가. 해답은 이름에 있다. 털신.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털신, 발보다 마음이 따뜻한 고향의 신발인 것이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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