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 앞. 이른 새벽시간이었지만 교복을 입은 학생 80여 명이 선배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교문 앞에서 열띤 응원을 펼쳤다. 이들은'합격은 너의 것' '찍신 강림'등 재기 발랄한 구호를 외쳤고 환일고 학생 30여 명은 개사한 응원가로 잔뜩 굳은 수험생들의 긴장을 녹였다. 2008년 문을 연 서울 국제고는 올해 처음 재학생을 고사장에 들여보내게 돼 이병호 교장이 직접 나와 수험생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번 수능에서도 진땀을 흘리며 입장 시각인 오전 8시10분에 아슬아슬하게 맞춰 들어간 수험생들이 속출했고 3교시 외국어 영역까지 마친 뒤 시험장을 나온 수험생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치른 김주현(18)양은 "한 대학의 수시 1차에 합격해 수능을 굳이 안 봐도 되지만 경험 삼아 치렀다"며 "오랜 시간 시험을 보려니 힘이 들어 중간에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학부모들도 시험장 앞에서 애를 태우긴 마찬가지. 주부 김모(49)씨는 "3년 동안 아들 못지 않게 마음 고생한 수험생 엄마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매일 도시락 들려 보낸 것 말고는 해준 게 없는 것 같아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충북 제천에서 올라왔다는 민정순(49)씨는 강남구 휘문고 정문 앞에서 직접 쓴 기도문을 읽으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아들을 응원했다. 민씨는 "아들이 의사가 되려고 다시 수능을 치르고 있다.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기를 바랄 뿐"이라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경찰도 '수능 도우미'역할을 톡톡히 했다. 금천경찰서 이승윤 경위는 수험생이 신분증을 놓고 갔다는 신고를 받고 이 수험생의 어머니를 영등포구 관악고까지 태워다 줬고 노원서 이건양 경사는 수험표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학생을 시험장인 서라벌고에서 중계동 집까지 데려갔다가 다시 태워오기도 했다. 경찰청은 이날 경찰차량으로 수험생 수송 1,059건, 고사장 착오자 수송 87건, 수험표 찾아주기 65건, 환자수송 13건 등 수험생에게 총 1,742건의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긴장 탓인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수리영역에서 진땀을 흘렸다는 수험생들이 많았다. 서울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중상고 최모군은 "언어 영역의 비문학 부분이 특히 어려워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고 말했고 개포고 김모군은 "그간에 들였던 노력을 오늘 모두 쏟았지만 좀 더 침착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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