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위에 구름처럼 떠있는 연인, 보따리를 메고 눈 내린 마을 위를 날아가는 남자, 초록색 얼굴의 바이올린 연주자, 물고기와 함께 푸른 빛 속을 헤엄치는 곡예사.
아름답고 신비로운 꿈의 세계를 우리 눈 앞에 펼쳐낸 20세기 최고의 색채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6년 만에 다시 한국에 온다. 가난, 전쟁, 혁명, 망명 등 힘든 현실에도 한결같이 그림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했던 샤갈의 대표작들을 한 데 모은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이 12월 3일부터 내년 3월 2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한국일보와 서울시립미술관(관장 유희영)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들과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빌려온 걸작 164점을 통해 샤갈의 예술세계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작의 보험평가액만 1조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샤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화가다. 2004년 한국일보가 주최한 ‘색채의 마술사 샤갈’전은 국내 미술 전시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관람객 70만명(서울 50만명, 부산 20만명)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블록버스터 전시 시대를 이끌어, 이후 피카소(2006), 모네(2007), 반 고흐(2007~2008), 르누아르(2009), 로댕(2010)전으로 이어진 명품 전시의 시발점이 됐다.
이번 전시는 2004년 전시와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훨씬 화려하고 풍부해졌다. 110여점을 전시한 2004년에는 6곳에서 작품들을 가져왔지만, 이번에는 프랑스 국립마르크샤갈미술관과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 등 30여 곳에서 샤갈의 작품을 대여했다. 2004년 전시와 겹치는 작품은 10점에 불과, 완전히 새로운 전시나 다름없다. ‘유대인 예술극장 장식화’ ‘도시 위에서’ ‘산책’ 등 제목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걸작들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진다. 전시 커미셔너 서순주씨는 “우여곡절 끝에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샤갈의 걸작들을 모아온 만큼 세계 어떤 샤갈전보다 풍성하고 수준높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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