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제압하고 금메달을 따자 눈물부터 났다. 지난 7월부터 외박 없이 하루에 꼬박 10시간의 강훈련을 이겨냈다는 생각에 힘들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다.
'신예 검객' 구본길(21ㆍ동의대)은 19일 광저우 광다체육관에서 열린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중만(중국)을 15-13으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구본길은 새로운 에이스 탄생을 예고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칼을 잡은 구본길은 승승장구했다. 펜싱 선수로서 천부적인 자질을 지녔기 때문이다. 김용율 펜싱대표팀 감독은 "본길이를 보자 마자 감이 왔다. 그는 순간적인 포착 능력을 타고 났기 때문에 펜싱 선수로서 대성할 자질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청소년 대회부터 두각을 나타낸 구본길은 2008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해 7월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정상에 올라 아시안게임 금메달 기대감을 부풀렸다.
구본길은 지난 11일 끝난 세계펜싱선수권 대회보다 아시안게임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난 여름 해병대캠프 등의 극기훈련을 견뎌낸 그는 결승전에서 '강심장'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4-13으로 턱 밑까지 쫓긴 상황에서 그는 공격적으로 나서며 세계 챔피언을 제압했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꺾어 영광스럽다. 마지막 순간에는 머리가 백지가 됐는데 무조건 공격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잊지 않았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지난 7월부터 아시안게임만 생각하며 훈련에 매달렸다. 흘린 땀을 보상 받은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가슴 벅찬 소감을 밝혔다.
한편 이어 열린 여자 플뢰레 결승에서는 '작은거인' 남현희(29ㆍ성남시청)가 천진옌(중국)을 15-3으로 가볍게 물리치고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또 2002년 아시안게임 플뢰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던 남현희는 3회 연속으로 '금빛 찌르기'를 성공했다. 이날 열린 2종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한국은 전날 2개 금메달을 포함, 이틀 동안 열린 4종목을 모두 싹쓸이하는 저력을 뽐냈다.
광저우=김두용 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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