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몇 주째인지 모르겠다. 이놈의 감기가 아이한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좀 나아지나 싶으면 또 다시 고열이 올라 아이를 괴롭힌다.
아이가 열이 날 때마다 항상 멈칫하게 된다. 어떤 해열제를 먹여야 하나 싶어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유아용 해열제는 아세트아미노펜(제품명 타이레놀)과 이부프로펜(부루펜)의 두 가지. 집엔 이 둘을 모두 사뒀다. 최근 덱시부프로펜(맥시부펜) 성분의 새로운 해열제가 나왔는데,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참에 전문가에게 물었다. 두 해열제가 어떻게 다르냐고. 용법이나 작용시간에 약간 차이가 있단다. 아세트아미노펜은 4∼6시간, 이부프로펜은 6∼8시간 간격으로 먹여야 한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보통 먹은 지 30분 이내에 해열 효과가 나타나지만 이부프로펜은 1시간쯤 지나야 열이 내린다. 효과가 6시간까지 지속되는 아세트아미노펜에 비해 이부프로펜은 8시간까지 약효가 이어진다.
하정훈 하정훈소아과 원장은 “두 해열제 효과는 사실상 거의 차이가 없다”며 “단 6개월이 안 된 영아에게는 이부프로펜을 잘 처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관련 데이터가 아직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머지않아 이 같은 제한도 풀릴 것으로 하 원장은 예상하고 있다. 설사를 하거나 장염이 있으면 이부프로펜 말고 아세트아미노펜을 먹여야 한다는 건 엄마들이 꼭 알고 있어야 할 주의사항이다. 신장이 좋지 않은 아이에게는 이부프로펜을, 간이 나쁜 아이에게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쓰지 않는 게 정석이다.
아이가 열이 날 땐 옷을 벗기고 몸을 물로 닦아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물기가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도 주의할 점이 있다. 하 원장은 “열이 심할 땐 해열제를 먼저 먹인 뒤에 물로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몸에 열이 나는 건 뇌 시상하부의 작용이다. 해열제는 뇌가 열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을 중간에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뇌가 한창 열을 만들어내다가 도중에 열을 뺏기면 오히려 열 생산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아이 체온이 오락가락해 열이 나는 건지 헷갈릴 때도 종종 있다. 사람의 체온은 항상 일정하지 않다. 새벽 2∼6시에 가장 낮고, 오후 5∼8시에 가장 높다. 하루에 1도 정도 차이 나는 건 정상이다. 김수연 봄빛병원 소아청소년과장은 “유아는 체온이 37.3도가 넘게 지속되면 미열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열 관련해서만도 알아야 할 게 참 많다. 귀찮은데도 거듭 물어보고 확인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하기 싫은 것도 하게 만드는 것, 엄마라는 이름의 힘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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