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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우 왜 바쁜가 했더니… 골라서 출연? 닥치는 대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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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배우 왜 바쁜가 했더니… 골라서 출연? 닥치는 대로 출연!

입력
2010.11.1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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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배우 김혜수의 하루는 눈코 뜰새 없었다. 오전 7시에 MBC 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의 밤샘 촬영을 마치고 곧바로 미용실을 들린 뒤 낮 12시30분에 방송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영화 ‘이층의 악당’ 시사회와 이어진 기자 간담회를 오후 5시쯤 끝내고, 또 다시 2시간 동안의 방송 인터뷰에 응했다. 저녁식사 시간은 단 30분. VIP시사회의 무대 인사 등을 마치니 오후 11시가 훌쩍 넘었다. 김혜수의 기나긴 하루가 끝나는 순간이었다.

바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배우들의 삶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영화 한 편만으로 1~2년을 보내던 호시절은 옛말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도 무대 인사 등 홍보를 위한 활동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요즘 배우들은 바쁘다. 고르고 골라 마음에 드는 영화나 TV 드라마에 출연하던 귀족형 배우들은 밀려나고, 출연작을 딱히 가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하는 배우들이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배우들 사이에도 ‘생활’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18일 개봉한 영화 ‘두 여자’의 두 주인공 신은경과 정준호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과 ‘역전의 여왕’에 각각 출연하고 있는 두 사람은 새 영화가 극장에 걸려도 짬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신은경은 최근 드라마 촬영장을 찾은 한 기자와의 인터뷰를 “몸이 힘들다”며 20분만에 끝낼 정도로 일에 치여 산다. 지난 4일 개봉한 ‘돌이킬 수 없는’의 제작사도 이정진이 KBS2 ‘도망자 플랜B’ 촬영에 쫓기면서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배우들의 바쁜 움직임은 충무로와 여의도의 환경변화에서 비롯됐다. 최근 영화계에선 배우들에게 러닝 개런티(Running Guarantee)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출연료를 한꺼번에 모두 주지 않고 흥행 결과에 따라 나머지를 주는 식이다.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한 충무로가 내놓은 고육책이다. 출연료를 모두 받고 관객 수에 따라 성과급을 따로 챙기던 호황기 러닝 개런티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최근 드라마를 시작한 한 남자 배우는 얼마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출연료를 아직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료 챙기기도 쉽지 않으니 배우들은 생활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한 영화인은 “요즘 개런티가 보장된 배우는 정말 몇 명 안 된다. 김수로 하지원 현빈 같은 대형 배우들도 영화를 마치자마자 드라마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각박해진 생활도 변수로 작용했다. 스타들을 앞세워 주식시장 상장을 목표로 했던 대형 매니지먼트사 시대가 저물면서 배우들이 자신의 활동비 등을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다. 류은숙 KM컬쳐 이사는 “배우들이 놀면 수입이 안 생기는 구조가 됐다. 오래 쉬면 경제적 부담이 생기니 기회 있을 때마다 꾸준히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드라마의 질적 양적 성장도 배우들의 활동영역 확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 드라마 출연료가 후해지고 촬영 환경도 나아지면서 배우들의 충무로와 여의도 양수겸장이 늘고 있다. 케이블TV가 적극적으로 드라마 제작에 나서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영화사 보경사의 심보경 대표는 “요즘 드라마가 영화보다 더 유행을 선도하니 배우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배우들은 빨리빨리 일을 소화해야 해서 연기 전략은 생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생활형 배우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장고(長考)형 배우들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 영화인은 “오랫동안 마음에 드는 작품만 기다리다 낭패를 본 김아중 윤은혜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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