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결혼 발표 직후 영국 왕위 계승서열 2위 윌리엄 왕자와 함께 공개석상에 나타난 약혼자 케이트 미들턴의 왼손 약지에 온통 카메라 포커스가 모아졌다. 1991년 찰스 왕세자가 고 다이애나 비에게 선물한 커다란 사파이어 주변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약혼반지를 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윌리엄 왕자는 “지난달 케냐 여행 때 이 반지를 배낭에 넣고 다니면서 3주 동안 청혼 기회를 노렸는데 반지를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했다”며 “어머니가 지금 나와 함께 기쁨과 흥분을 나눌 수 없지만 이 반지를 통해 이 순간 그분이 함께하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평민 출신 케이트는 왕자의 청혼을 수락한 순간부터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으나 정작 남편의 관심을 얻지 못했던 비운의 다이애나 비와 비교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AFP통신은 케이트가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쳤던 다이애나 비보다는 조용히 내조에 전념하는 카밀라 파커볼스 찰스 왕세자의 현 부인과 비슷한 스타일을 보일 것으로 분석했다.
케이트는 윌리엄 왕자와 대학 때 만나 8년간이나 교제하는 동안 언론의 집중표적이었으나 노출을 최소화하며 별다른 스캔들을 만들지 않았다. 대학 졸업 이후 파파라치들에 시달리다 2007년 4월 결별을 겪는 시련도 있었다. 케이트는 졸업 1년 만에 패션업계 직장을 그만두고 아버지 회사가 있는 영국 남동부 버크셔로 내려가 언론을 피했다. 이때 일부 매체는 그에게 ‘기다리는 케이티ㆍwaity Katy’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갓 20세에 일약 왕세자비가 됐던 다이애나와 달리 케이트는 28세까지 ‘예행연습’을 했다는 점이 향후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혼발표 후 찰스 왕세자가 “그들은 이미 오랫동안 충분히 연습해왔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윌리엄 왕자의 결혼 발표에 영국은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 이후 30년 만에 펼쳐지는 세기의 로맨스에 흥분하는 모습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혹독한 재정긴축에 얼어붙은 영국의 경기에 큰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왕실관련 관광수입은 연간 5억파운드(약 9,100억원)에 달하는데 왕실 결혼이 있을 내년에는 이를 훨씬 넘어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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