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실 통계청장이 18일 "가사노동 가치가 배제된 경제성장률 지표는 실상을 왜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작성하는 한국은행은 "(가사노동을 반영하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객관적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청장은 이날 한국학중앙연구원 등이 19, 20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여는 '생활시간 연구 국제회의' 개회사로 사전 배포된 자료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활동인데도 시장을 통해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가사노동이 GDP에 계상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여성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 지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업 주부가 취업한 뒤 가사활동을 가사도우미에게 맡기면, 이전에는 제외됐던 가사노동의 가치가 GDP에 포함되고 이에 따라 지표상 GDP 증가율이 실상보다 높아지는 모순적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또 "소득 등 계량적 지표만으로 삶의 질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며 "무임금 가사노동과 여가 등의 가치도 반영한 측정지표가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청장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행은 "좋은 시도지만 객관적 측정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신창식 국민소득총괄팀장은 "조지프 스티글리치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삶의 질이나 가사노동이 반영된 지표의 개발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중요한 사업으로 진행 중이며, 한은도 한때 참가를 검토한 적이 있다"면서도 "질적인 내용을 양적인 지표로 바꿀 때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내려져 현재는 관련 연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연구원이나 학자에게는 좋은 주제이지만 공정성과 정확성이 생명인 공식 통계당국이 나서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도 당초 가사노동 및 기타 복지 등을 반영한 삶의 질 지표를 이달 중 발표할 방침이었으나,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삶의 질 지표에 대해 학자나 부처마다 시각이 다르다"며 "기획 통계로는 발표할 수 있겠지만 공식 지표로 삼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사노동의 GDP 비중만 해도 분석기관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5%까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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