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기업호민관(중소기업옴부즈만)이 갑작스레 그만두겠다고 나선 데는 호민관실 존재 자체에 대한 고민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16일 "호민관실의 규제 개혁 성과는 독립성의 보장과 직결돼 있다"면서 "모든 부처의 규제를 없애는데 특정 부처의 통제를 받는 순간 개혁은 어려워 진다는 것이 처음부터 했던 생각"이라고 밝혔다. 즉, 지금 이대로라면 호민관 실은 있으나마나 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판단이다.
이는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대기업들이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이뤄내겠다며 '9.29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 추진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실제 움직임은 그'선언'만큼 적극적이지 않다는 실망감과도 맥을 같이 한다.
실제 지식경제부 주도로 진행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위원회'의 경우도 예정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12월 발족이라는 원래 시간표 대로 진행이 되려면 이미 위원회에 참여할 중소기업 인사들에 대해 추천을 요청해왔어야 하는데 아직 없다"며 "지난주 관련 기관에 문의했더니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경부는 동반성장팀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했지만 구성원 조차 다 채우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계 관계자는 "다른 정책들과 마찬가지로 동반성장 과제 역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비지니스 서밋 등에 밀려 사실상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예정대로 12월 발족은 문제 없다"며 "사무국 운영 방식, 위원장 선출, 예산 마련 등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호민관실이 무관심 속에서도 많은 노력 끝에 대중소기업 공정거래를 비롯해 공인인증서, 비보복 정책, 연대보증, 기업 회생 규제 등과 관련 조금씩 성과를 내가고 있지만 정작 정부 손으로 넘어간 이후로는 자신의 생각만큼 이렇다 할 성과를 내고 있지 못한 데 따른 답답함도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호민관은 지난주 내부 직원들에게 그만 둘 뜻을 전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후문이다.
한편 이 호민관의 사표를 냈다는 소식에 중소기업계는 크게 놀라는 분위기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 정말 열심히 뛰었는데 안타깝다"며 "호민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 만들어 진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분위기가 한 풀 꺾이지는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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