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18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상임위원에 홍진표(47) 사단법인 시대정신 이사를 추천했다. 홍 이사는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 쇠고기'반대 촛불시위 후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에 내정됐지만 '지나친 강경 보수주의자'라는 비판이 일어 교체된 인물이다.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으로 '친정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영혜 변호사가 임명된 데 이어 또다시 보수 성향의 인사가 내정돼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한 인권위 판단과 결정이 급격히 우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병철 위원장과 상임ㆍ비상임 위원 10명으로 구성된 의결기구인 전원위원회는 현 위원장 체제 이후에도 진보 대 보수 인적 구성이 5대6으로 어느 정도 좌우 균형을 이뤘으나 최근 상임ㆍ비상임 위원의 줄사퇴와 보수인사들의 기용에 따라 3대7로 크게 기울게 됐다. 진보쪽 인사로 최근 사임한 조국 비상임 위원의 후임은 대법원장이 조만간 추천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임명된 김 위원과 홍 내정자는 모두 인권업무와는 무관한 활동을 해왔고, 홍 이사는 이념적 편향성이 강한 인사여서 자격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대 운동권 출신인 홍 이사는 1990년대 후반 공개적인 사상전향 이후 뉴라이트운동에 참가해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과 시대정신 편집인을 지냈으며 전국교직원노조 해체를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이 때문에 홍 이사의 내정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인권위를 정치적으로 아예 무너뜨릴 작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새사회연대는 이날 "청와대에 이어, 한나라당이 또다시 인권과 상관없이 정치적 활동을 해왔던 인사를 위원으로 추천해 인권을 이념화, 정치 도구화하고 있다"고 규탄성명을 냈다.
인권위 관계자는 "홍진표씨를 비롯해 현병철 위원장, 김영혜 위원 모두 관련 경력이 전혀 없어 무너지고 있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바로 세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법에는 인권위원 자격으로 '인권문제에 관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규정돼 있다.
현 위원장의 파행적 운영에 반발, 사퇴했던 문경란 전 상임위원(한나라당 추천)은 "인권문제에는 보수와 진보가 있을 수 없다"고 했으나 상부 인적 구성의 우경화와 자격시비로 인권위가 향후 이념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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