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초유의 집안 대결에서 제수(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 예상을 깨고 시아주버니(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회장)를 눌렀다.
현대그룹은 이번 승리를 통해 그룹 모태인 현대건설을 채권단 관리로 넘긴 지 10년 만에 되찾게 됐으며 경영권 불안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지만, 한편에선 과도한 인수부담에 따른 재무구조악화(승자의 저주)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3ㆍ19면
정책금융공사, 외환은행, 우리은행으로 구성된 현대건설 주주협의회는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가격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5조5,000억원, 현대차그룹은 5조1,000억원 가량을 써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특히 현대그룹은 인수대금 전액을 일시불로 현금 납부키로 해 자금조달 및 경영능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얻은 현대차그룹을 제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 역시 그 동안 가격 부문 외에 비가격 요소도 중요하게 고려하겠다고 수 차례 밝힌 바 있지만 각종 특혜 또는 졸속매각 의혹을 피하기 위해서는 결국 ‘눈에 보이는’ 매각기준을 앞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5조원대 가격은 그 동안 시장이 예상한 적정 인수가격 3조5,000억~4조원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으로, 현 회장이 현대차를 확실하게 제칠 수 있도록 통 큰 베팅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현 회장은 “채권단의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에 깊이 감사 드린다”며 “그룹의 옛 영광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그룹 주가가 일제히 하한가까지 폭락하는 등 시장 반응은 냉담하게 나타났다.
채권단은 11월 중 현대그룹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본실사와 본계약을 거쳐 내년 1분기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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