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6·25전쟁 60주년 등 역사적 의미가 큰 기념일과 기념행사가 유난히 많았다. 그러나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기념일이 오늘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이다.
11월 17일은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된 날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망국의 치욕을 잊지 않고 광복 의지를 다지기 위해 1939년에 이 날을 독립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분들을 기리는 순국선열의 날로 정했다.
순국선열의 날은 1997년부터 정부기념행사로 치르고 있다. 기념행사에서 는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선열의 모습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숨 죽인 채 암흑의 시대가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신념을 꺾고 편안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소중한 목숨을 조국 독립을 위해 바쳤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옥중의 아들에게 이런 편지를 남겼다. "네 죽음은 너 한 사람 것이 아니라, 한국사람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 되고 만다. 네가 국가를 위해 이에 이르렀은즉 딴 맘먹지 말고 죽으라" 편지를 받은 안중근 의사는 죄가 없는 자신이 감형을 구하는 것이 맞지 않다며 의로운 죽음을 택했다.
안중근 의사와 마찬가지로, 수천 수만의 젊은이들이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고난의 길을 택했다. 그들은 감옥에 갇힌 상황에서도 후회하지 않았다. 부모 형제들도 나라와 겨레를 위해 가시밭길로 뛰어드는 자식을 막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든든히 지켜주었다. 그 거룩한 헌신과 희생으로 일군 대한민국을 앞으로 어떻게 가꾸어 나가느냐는 이제 전적으로 우리의 손에 달려있다.
지난 11일과 12일 성공적으로 개최되었던 G20 정상회의는 대한민국이 그 동안 세계 속에서 얼마나 성장하였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중심국가의 하나로 발돋음하여 세계 경제의 주요 현안을 논의하게 되었다. 아무도 우리의 억울함에 귀 기울여주지 않아 통분하던 아시아의 작은 국가가 이제는 당당하게 세계경제 질서와 규범을 마련하고 제시하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무한한 자긍심을 갖게 한다.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또 다른 도약기를 맞이하였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더 크고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세계의 자유와 평화에 더 큰 기여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대한민국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때야말로, 국민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과 대한민국을 더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얼마 전 국가보훈처가 실시한 '국민보훈의식지수'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75%는 나라를 위해 싸울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국가가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위기 극복에 동참하겠다는 대답도 82%나 되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스스로 몸을 던진 순국선열의 거룩한 정신은 후손인 우리들의 마음속에 그대로 남아 대한민국을 지키고 있다.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달라졌다지만, 나라를 사랑하고 지키는 전통은 우리 마음 속에 변함 없이 살아 있다.
나라를 잃은 아픔과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다시 우뚝 선 대한민국은 이제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에 도전할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췄다. 오늘 온 국민이 뜨거운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더 높은 도약을 다짐하는 것이 순국선열의 날을 진정으로 기념하는 길이다.
김양 국가보훈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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