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예술사에는 선대의 예술적 감수성과 재능을 핏줄로 이어온 많은 예인들이 있다. 부모는 이미 최고의 예술가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낸 명인이고, 후손들은 부모의 뒤를 이어 나름대로 독자적인 예술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익어가는 가을, 대를 이어 전통예술을 지켜온 명문 예가(藝家)의 혼을 느낄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된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은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에서 '2010 대를 잇는 예술혼' 특별공연을 마련한다. 가야금병창 보유자 안숙선, 승무ㆍ살품이춤 보유자 이매방, 진도씻김굿 보유자인 고 박병천 선생의 후손 박환영, 남도들노래 보유자 박동매 등 뛰어난 예인들이 펼치는, 전통예술 전 장르를 아우르는 공연이다.
공연은 가(歌)ㆍ무(舞)ㆍ악(樂)ㆍ굿(巫) 4가지로 구성된 무대를 무형문화재 보유자의 한 가문이 각각 꾸미는 형태로, 대대로 이어오는 예인 명가의 예술과 가계 전승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첫날인 18일 공연의 '가'는 최영길ㆍ최진숙 부녀, '무'는 이매방ㆍ김명자ㆍ이현주 일가, '악'은 안숙선ㆍ최영훈 모녀, '굿'은 고 박병천의 아들딸인 박환영ㆍ박성훈ㆍ박미옥 등이 꾸민다.
최영길 부녀가 꾸미는 무대는 최영길 명창의 단가와 '심청가' 가운데 심청이 물에 빠지는 대목에 이어, 최진숙의 '춘향가' 가운데 쑥대머리로 진행된다. 그리고 부녀가 함께 '심청가'의 하이라이트인 부녀상봉 대목을 부른다.
이매방 일가의 무대는 우봉춤보존회장으로 승무와 살풀이춤 전수조교인 부인 김명자, 현대무용을 하다 아버지의 대를 잇기 위해 전통춤으로 방향을 바꾼 딸 이현주가 함께 한다. 승무는 이매방, 살풀이춤은 김명자, 대감놀이는 이현주가 춘다.
안숙선 모녀의 무대는 먼저 딸 최영훈이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를 들려주고 이어 안숙선 명창이 '춘향가' 가운데 옥중가를 부른다. 그리고 최영훈의 반주에 맞춰 안 명창이 남도민요 '홍타령'을 노래한다.
고 박병천 일가는 씻김굿 가운데 앞부분에 나오는 제석굿을 한다. 먼저 제석을 청하고 앉은 조달, 시주받기, 지경다지기, 성주경, 벼슬궁, 노적청하기, 액막음 순으로 공연을 한다.
둘째날인 19일 공연에서 '가'는 조공례ㆍ박동매 모녀의 무대다. 남도 들노래로 이름을 날리다 세상을 떠난 고 조공례 명창의 음반을 통한 소리와, 어머니의 목소리를 그대로 이어받은 박동매의 진도 들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무'는 화성재인춤으로 이름난 김복련의 살풀이춤과 딸 신현숙의 승무로 구성된다.
'악'은 해금의 명인 신상철과 부인 선영숙, 아들 신현식ㆍ신현석 일가의 무대다. 먼저 선영숙 명창이 가곡 '바람은 지동치듯 불고'를 온 가족의 반주로 부른다. 이어 신현석이 해금 병창과 아쟁 산조를 연주한 다음, 온 가족이 시나위합주를 들려준다. '굿'은 박경자ㆍ김명이 모녀가 전남 동부지역에서 전승되고 있는 삼설양굿을 한다.
마지막날인 20일에는 명창 이일주와 조카 장문희의 '사절가'와 '춘향가' 중 쑥대머리, 권명화ㆍ조은희 모녀의 입춤과 소고춤, 대구살풀이춤, 김찬섭ㆍ김필홍 부자의 경기민요 한오백년과 긴아리랑 연주, 고 김석출의 딸 김영희 등의 세존굿과 성주굿을 만날 수 있다.
김청만(장단), 이태백(아쟁), 김성아(해금), 김귀자(가야금), 문재덕(대금) 등의 악사들이 출연한다. 18일, 19일 공연은 오후 8시, 20일 공연은 오후 4시. (02)3011-2163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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