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쪽으로 인수방향을 선회하면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도 안개속에 빠져들고 있다. 유력후보였던 하나금융이 불참을 선언할 경우, 당장 인수전의 흥행요인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자칫 민영화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정부와 금융권은 다음주 있을 하나금융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우리금융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지분율 56.97%)는 오는 26일까지 우리금융 입찰참여의향서(LOI)를 접수 받을 계획. 지금까지는 ▦과점주주 방식의 독자 민영화를 원하는 우리금융 컨소시엄과 ▦합병을 바라는 하나금융이 주요 후보로 거론돼 왔다.
하나금융은 일단 양쪽 모두에 발을 걸쳐놓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지만, 외환은행 인수 쪽으로 더 기운 상황.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최근 우리금융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하나금융이 빠진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의 앞날이다. 정부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전에 불참하더라도 현재로서는 상황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상당한 영향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서 ‘상당한 영향’이란 인수가격에 미칠 악영향부터 인수전 자체의 성립여부까지 모두를 아우른 의미로 해석된다. 금융권에서는 당장 우리금융만 유력 인수후보로 남을 경우, 복수의 경쟁자가 참여하는 ‘유효경쟁 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매각 자체가 유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불참하면 분리 매각되는 경남ㆍ광주은행을 제외한 몸통(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은 ‘미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공자위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대결만을 유효경쟁으로 볼 지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며 “하나금융이 없더라도 다른 참여자가 있을 경우 이는 향후 공자위원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시장 일각에서는 외국계 금융사나 펀드 등이 최소 입찰규모(4%) 이상으로 입찰에 참여한 뒤, 향후 합종연횡을 통해 인수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자위가 이를 유효경쟁으로 판단하더라도 ‘사실상 우리금융의 독자 참여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선 KB금융의 재등장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어윤대 회장 취임 후 “체질강화가 우선”이라며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지만 ‘KB가 필요하다’는 여론만 형성되면 언제든 다시 나설 수 있다는 것.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 따라 내년 후반쯤에도 우리금융 매각이 결론 나지 않으면 다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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