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1300호'를 기억하는가? '장철수 대장'을 기억하는가? 발해1300호는 해상강국이었던 발해를 확인하기 위해 물푸레나무로 만든 뗏목이었다. 국가가 지원하는 사업도 아니었다.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 갹출했지만 모자라는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장철수 대장이 집을 팔아 엮은 뗏목 탐사선이었다.
그 뗏목에는 이덕영 선장, 이용호 임원규 대원도 동승했다. 발해1300호는 1997년 12월 31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항했다. 목적지는 울릉도, 독도를 거쳐 부산항이었다. 극동의 겨울바다는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반칙 없는 항해'를 계속했다.
그들은 폭풍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면서도 결코 일본으로는 피항하지 않았다. 1998년 1월 23일 통신이 끊어진 뒤 24일 아침6시쯤 일본 도고섬 부근에서 일본수색대에 의해 발해 1300호가 발견되었다. 대원들의 시신은 수습되었지만 장철수 대장은 발 하나만 돌아와 고향인 경남 통영 미륵산 산기슭에 묻혔다.
사라진 발해를 찾아 1,283㎞ 바닷길을 복원해 '바다를 통한 인류의 평화를 모색해 청년에게 꿈과 지혜를 주고 싶다'던 장철수 대장은 발 하나만 고향에 묻어 놓고 지금도 발해의 바다를 항해 중일 것이다. 어제 통영시가 산양읍 미나리에 발해1300호와 4명의 대원을 기리는 '침묵의 영웅'이란 조형물을 세웠다. 귀기울여보라. 침묵처럼 무서운 웅변은 없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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