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승부사'로 통하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이 고도화 설비 추가 투자 계획을 비롯,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공격적 경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도화 설비란 원유를 정제할 때 나오는 값 싼 벙커C유를 다시 분해, 휘발유ㆍ등유ㆍ경유 등을 뽑아내는 '지상유전'으로 수조원 단위의 투자비가 든다.
허 회장은 최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내년 투자 규모 등에 대해 묻자 "지난 2년여간 창사 이래 최대인 2조6,000억원을 들여, 고도화 설비를 지었다"며 "내년에도 올해 수준으로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도화 설비에 대해 추가 투자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계획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GS칼텍스는 지난 6월 제3고도화 설비를 완공, 고도화 처리 능력 및 비율에서 SK에너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의 경쟁사를 모두 앞선 상태이다. 그럼에도 허 회장이 고도화 투자를 계속하겠다는 것은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특히 고도화 설비는 투자비가 너무 많이 들지 않느냐는 지적에도 "고도화 설비는 사실 녹색 성장, 그린 그로스(Green Growth) 사업"이라며 "유황을 비롯 환경에 가장 안 좋고 나쁜 성분들이 많은 것이 벙커C유인데, 이를 깨서(분해) 환경에 덜 해로운 연료인 휘발유나 등ㆍ경유를 생산해 낸다면 그 자체가 바로 그린 그로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꾸준히 하겠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허 회장은 이어 "그린 그로스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이어야 성과가 가시화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비록 코스트(비용)가 들더라도 이를 코스트로 볼 게 아니라 '그로스 포텐셜'(성장 잠재력)로 봐야 한다"고도 역설했다.
그는 또 "그린 그로스는 정부 혼자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며"정부ㆍ기업ㆍ국민이 모두 이를 그로스 포텐셜로 보고, 합의를 이룰 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는 의견도 내 놨다.
허 회장은 이어 정유업계 시황 등에 대해서는 "대만 최대 석유화학기업인 포모사의 정유공장과 중국 최대 정유 업체인 중국석유(페트로차이나)의 정유 시설 등에 화재와 사고가 잇따르며 동아시아 지역 정유 공장 가동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며 "이 때문에 사실 시황이나 마진 등은 꽤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허 회장은 이와함께 "예전에 중국이나 중동 지역에서 건설되고 있는 정유설비들이 본격 가동되면 우리 정유업계의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얼마나 많았냐"며 "그러나 실제론 지금 더 좋고, 일부 품목들은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그 동안 쌓아온 우리의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후발 주자들이 따라올 수 없도록 이런 경쟁력을 계속 높여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가 언제쯤 가시화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너지 분야 이외의 신규 사업에 대해 묻자 "지속 가능하며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사업 분야는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특히 산업폐기물이나 식물폐기물에서 스팀(증기)이나 전기를 뽑아내는 신사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허 회장은 건강 비결에 대해선 "매일 많이 걷는다"고 밝혔다. 그는 '기름 회사 회장인데, 차를 많이 타서 기름 소비를 진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우린 원유를 전부 수입하는 나라인데, 아무리 기름 회사 회장이라 해도 (기름을) 함부로 쓸 수 있느냐"며 "기름을 쓰더라도 스마트하게 써서 남은 것은 딴 데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답했다.
허 회장은 기름값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요즘 국제 유가는 달러화 가치에 큰 영향을 받고, 경제 전망과도 연동되고 있어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또 연말 구조조정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린 그런 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GS칼텍스는 허 회장이 언급한 고도화 설비 추가 투자는 당장 제4고도화 설비를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3고도화 설비에서 일부 제외됐던 시설들을 4,000억원을 들여 추가로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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