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살 냄새 폴폴 나는 스크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지 모른다.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뭐 이런 변태 영화가 다 있어”라고 벌컥 화를 낼 수도 있겠다. 다양한 성 취향에 대해 딱히 편견이 없다면, 배우의 아름다운 나신만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은 게 아니라면 ‘페스티발’은 유쾌하게 109분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발칙하면서 재치 넘치고 간단치 않은 메시지까지 지녔다.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어찌 보면 한심하다. ‘크기’에 집착하며 열등감을 폭발시키는 마초 경찰 장배(신하균), 홀로 즐기길 꺼리지 않는 장배의 여자친구 지수(엄지원), 인형을 과도하게 사랑하는 오뎅장수 상두(류승범), 상두를 유혹하는 야한 여고생 자혜(백진희), 때리고 맞으며 사랑을 느끼는 한복집 주인 순심(심혜진)과 철물점 주인 기봉(성동일), 여자속옷에 집착하는 여고 교사 광록(오달수) 등 하나 같이 ‘정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들이 주고 받는 대사와 행동도 일반의 상식을 넘는다. “먹던 것 먹어라. 까불지 말고.”(장배), “어리면 좋잖아요. 까지면 더 좋고요.”(자혜), “그럼 역시 혼나셔야 되는 건가?”(순심), “함부로 막 하세요.”(기봉) 민망한 대사와 낯 뜨거운 장면이 이어지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오뎅이나 해바라기를 이용해 남성의 신체를 표현하는 등 직설법 대신 은유법을 통해 성을 묘사하는 연출력에선 재기가 느껴진다.
특히나 웃음보가 폭발하는 장면이 있다. 답답함을 이기지 못해 몸에 꼭 끼는 가죽옷을 입은 채 개 복장을 한 기봉을 끌고 밤 공원을 산책하던 순심이 여자속옷을 입고 해방감을 만끽하는 광록과 맞닥뜨리는 대목이다. 풍기문란을 이유로 이들을 단속하는 장배에게 순심이 쏟아내는 분노 어린 대사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함축한다. “남이 어떻게 살든 신경 꺼라. 넌 얼마나 깨끗하길래. 넌 얼마나 건전하게 살길래.” ‘천하장사 마돈나’ 공동연출로 재능을 인정 받은 이해영 감독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18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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