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렬 이유를 두고 갖은 해석이 난무했다. 쇠고기가 막판에 발목을 잡았다느니, 미국측이 자동차에서 우리가 양보한 이상을 요구했다느니, 협정문 본문까지 수정될 상황에 내몰렸다느니…. 심지어 일각에서는 “FTA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성과를 가릴 수 있다”며 정부가 고의로 판을 깼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지금껏 아무런 말이 없다. 양국 정상이 사실상 협상 결렬을 발표한 다음 날인 12일, 양측 실무진이 만나 향후 협상 일정을 논의했다는 짤막한 보도자료가 전부였을 뿐. 도대체 협상이 타결에 이르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 협상 과정에서 미국측은 어떤 요구를 한 것인지 아무런 설명도 내놓은 것이 없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조차 정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결렬 이유를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물론 상대편에게 패를 다 보여주고 카드 게임을 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국익에 반할 수 있다” “외교 관례상 밝힐 수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전혀 수긍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이번 추가 협상은 미국측의 압박에 의해 시작됐고,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 방어를 해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이해관계자들이 추가 협상 결과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국민들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패를 다 보여달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 건지를 알고 싶다”는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편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쇠고기보다는 자동차 부문이 더 큰 우려사항”이라고 거침없이 자신의 패를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이제 곧 추가협상이 시작된다. 또다시 이런 식이라면, 미국이 원하는 걸 다 내주고 난 뒤 “최선을 다한 결과이니 받아들여달라”는 것으로 밖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정민승 경제부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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