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금지한 서울시교육청이 고심 끝에 교육적 대안으로 제시한 '문제행동 유형별 학생생활지도'를 놓고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각하면 노래 부르기, 동영상 촬영, 짧은 치마에 덧감 제공 따위의 구체 항목에 대해서는 냉소와 조롱에 가까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최후 수단인 벌점, 성찰교실 참여, 학부모 상담 등에 대해서도 대부분 교육현장에서 실패한 방법들이라는 지적이다.
체벌 금지조치에 대한 비판론은 비슷하다. 비교육적 체벌은 없어져야 하지만 교육적 체벌은 어느 정도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이나 결정적 문제는 교육과 비교육의 경계를 명확히 가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체벌 금지가 궁극의 방향이긴 하나, 너무 급하게 서두를 사안은 아님을 누누이 지적했다. 충분한 대안 논의와 여건 조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옹색한 대안들은 의욕만 앞선 졸속 추진의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다.
핵심은 인식 전환이다. 교육청 대안을 비롯한 모든 체벌 금지 논란은 행위가 문제된 뒤의 처리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체벌 금지는 수십 년간 고정된 틀을 깨는 엄청난 개혁작업이다. 당연히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하는 일이었다. 제재수단에 대한 고민에 앞서 새로운 교육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부터 논의했어야 한다. 그런데 학교공동체에 대한 인식, 책임감, 협조, 배려의 품성을 키우는 교육을 어떻게 강화할지에 대한 논의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너무 서둘렀다고 해서 시행 한 달도 안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든 되도록 하는 수밖에는 없다. 학교도 학생지도 포기, 교사부담 증가 등 불평만 해댈 일이 아니다. 학습지도도 사교육보다 떨어진다는 소리를 듣는 판에 품성교육 부담도 힘들다면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얘긴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맞는 게 싫다면 그에 걸맞은 덕성과 책임감 배양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체벌 금지는 학교 가정 사회가 그 교육적 부담을 분담한다는 인식 없이는 애당초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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