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희끗희끗한 베트남 참전 용사 100여 명이 13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광장에 2열 종대로 마주보고 섰다. 군복 차림의 이들 베테랑들이 기다리는 이는 전우 윤창호(68)씨. 드디어 윤씨가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절룩거리며 들어서자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날 윤씨는 베트남 참전용사들에 대한 관심과 국가적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45일간의 도보행군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윤씨는 지난 10월 3일 개천절에 베트남 파병 당시 육군 훈련장이었던 강원 화천군 오음리를 출발해 서울, 대전, 대구, 포항을 거쳐 40년 전 참전용사들이 베트남으로 떠났던 부산을 돌아 서울로 올라왔다. 장장 1280km의 행군. 윤씨는 하루 8시간 약 30km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걸었다.
일흔을 내다보는 윤씨가 20㎏짜리 배낭을 짊어지고 45일을 걷기란 힘겨운 일이었다. 양 무릎 관절은 망가졌고, 행군 20여 일째부터는 지팡이를 쓰면서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윤씨는 “고엽제 등의 피해로 힘들어하는 베트남 참전 용사들에게 관심을 가져달라고 3년 전부터 보훈처에 수백 통의 처우개선안을 보냈지만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며 “죽을 각오로 도보행군을 하면서 우리의 입장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윤씨는 1969년 8월부터 1970년 4월까지 베트남 투이호와 지역에 백마28연대 소속 연료조달계 비전투원으로 파병됐다. 비전투원이라 전투에 나갈 일은 적었지만 수많은 동료들이 한 줌의 흙으로 스러져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고국에 돌아와서도 고엽제 후유증에 시달리다 6년 전부터는 방광암과 대장암으로 4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윤씨는 “베트남 전쟁도 자유와 통일을 위한 6.25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하지만 이 나라는 6.25 참전과 베트남 참전을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6.25 참전 용사는 ‘국가유공자’이지만 베트남 참전 용사는 ‘참전 유공자’로 분류된다. 윤씨는 “이번 도보행진을 통해 사람들에게 베트남 참전의 중요성이 더욱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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