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내국인들을 해외 이주자로 둔갑시켜 입장시키는 수법으로 모두 108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서울 모 외국인카지노 간부 박모(54)씨 등 2명을 도박개장 및 여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또 내국인 손님을 물색한 뒤 신분세탁을 도와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 심모(41)씨 등 카지노 에이전트 2명, 여권위조 브로커 3명을 여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위조 여권으로 외국인 전용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내국인 21명을 상습도박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 등 카지노 간부 2명은 2008년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권위조 브로커와 짜고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과거 강원랜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직원을 통해 강원랜드의 내국인 VIP 고객 명단을 확보,"영주권 취득(여권 위조) 비용은 우리가 지급할 테니 멀리 가지 말고 우리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라"고 고객들에게 접근했다. 박씨 등은 평균 1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볼리비아 등 남미 국가의 영주권카드를 위조했고, 이를 근거로 외교통상부에서 PR여권(거주여권)을 발급받아 고객들에게 전달했다. 이들이 볼리비아 영주권카드를 집중적으로 위조하는 바람에 2007년까지 한 차례도 발급된 바 없던 볼리비아 영주권카드는 2008년 13건, 지난해 130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국인 카지노에 드나든 내국인 고객은 골프장 운영업자나 건설회사 사장, 연예기획사 대표 등 주로 사업가들이었으며, 이들 중에는 최고 41억원을 잃은 이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직접 고객의 신분세탁에 관여한 카지노 직원을 적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 지난 8월부터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출입할 때 거주여권과 함께 재외국민등록부등본을 제시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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