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GE(제너럴일렉트릭)이 내년부터 2만5,000대의 전기차를 자동차 메이커로부터 구입하기로 했는데 그 중 GM으로부터 1만2,000대를 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GM 전기차에는 LG화학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13일 충북 청원군 오창 과학산업단지 내 LG화학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 공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들은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다음달 세계에서 처음 선보이는 GM의 양산형 전기자동차'볼트(VOLT)'의 전지를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GE의 대량 구매 소식이 전해져 전기차의 미래가 한층 밝아진 것. 회사 관계자들은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1위 생산회사라는 자부심은 이룰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LG화학은 이날 사상 처음으로 리튬 이온 배터리 생산 현장과 대전 연구소를 언론에 공개했다. 보안을 생명처럼 여기는 배터리 생산 회사로서 자신감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연간 850만 셀이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량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는 오창 공장에서는 하루에 아반떼 하이브리드카 1,000대에 탑재할 수 있는 배터리가 생산된다. LG화학은 지난해 7월 오창 공장의 첫 삽을 떴고, 올해 6월 5만7,000㎡(1만7,000평) 규모의 1개 동을 완성, 본격 생산을 시작했다. 1공장 바로 옆에는 6만7,000㎡(2만 평) 규모의 2공장을 짓고 있다.
"2공장은 당초 2013년에나 첫 삽을 뜰 예정이었지만 현재 시간표대로라면 내년 하반기면 공사를 끝내고 생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LG화학 배터리를 쓰겠다는 주문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GM, 포드, 르노, 볼보, CT&T, 장안기차, 이튼, 현대기아차 등 국내외 8개 자동차 메이커가 LG화학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쓰기로 독점 계약을 맺은 상태다.
LG화학은 이와 함께 미 미시건 주 홀랜드에 2013년 완공을 목표로 3억 달러를 투자해 연간 2,000만 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을 짓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국내외 생산 규모는 현재의 10배 가까운 연간 8,000만 셀까지 늘게 된다는 게 회사 측의 계산이다.
회사 관계자는 " '볼트'기준으로 35만대 이상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라며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당초 2015년까지 2조원으로 잡았던 매출 목표 3조원으로 높여 잡았다.
LG화학 관계자들은 품질과 기술력이 최대 강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LG화학이 전 세계 특허를 갖고 있는 '스택 앤드 폴딩'(Stack&folding) 기술과 '안전성강화분리막'(SRS) 기술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연구소의 김명환 소장(전무)은"다른 회사는 2차 전지를 전극과 분리막을 겹치고 김밥처럼 둘둘 마는 방식을 썼는데 충전과 방전을 500회 정도 할 경우 전지가 변형돼 열이 나는 단점이 있었다"며 "양극재, 분리막, 음극재를 번갈아 켜켜이 쌓은 다음 이를 여려 차례 접은 뒤 알루미늄 봉지에 담아 전해질을 넣고 진공 상태로 밀봉하는 우리 방식(스택 앤드 폴딩)은 이를 크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차 전지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표면을 세라믹 소재로 얇게 코팅하는 SRS는 경쟁 회사들보다 생산 효율성이 30% 이상 높을 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도 많이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회사들이 2차 전지를 금속 깡통에 담는 데 비해 LG화학은 알루미늄 봉지에 담는 파우치 방식을 쓰는 것도 안전성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LG화학은 2차 전지 연구개발(R&D)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 유진녕 기술연구원장(부사장)은 "전체 R&D 비용의 40%를 2차 전지에 쏟고 있다"며 "세계 어느 연구 집단과 겨뤄도 맞설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했다. 유 원장은 "2차 전지 개발 초기엔 일본을 쫓아갔지만 현재는 우리가 앞선다"며 "1995년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 연구에 들어가 일본 기업들이 니켈 수소 전지에 집중할 때 리튬 이온 배터리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간파하고'올인', 성공 시대의 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대전ㆍ청원=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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