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법에 명시된 문민화 원칙을 지키지 않아 징계당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 관계자는 14일 "행정안전부가 최근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미흡한 문민화 비율을 올해 안에 반드시 채우라고 촉구했다"며 "주의와 경고를 통해 이미 두 차례나 시정을 요구했는데도 개선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위법 상황이 지속될 경우 관련 책임자가 높은 수위의 징계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경고 내용"이라고 말했다.
2006년 제정된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은 직급별로 군인이 아닌 국방부 소속 공무원의 비율을 2009년까지 70% 이상으로 늘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민 통제를 통해 정책 집행의 투명성과 군 조직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다. 하지만 국방부가 미적거리면서 법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
국방부가 한나라당 정의화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과장급(4급) 70명 중 공무원은 39명으로 문민화 비율이 56%에 불과하고, 담당급(5급)은 654명 중 공무원도 421명으로 64%에 지나지 않는다. 실ㆍ국장급(고위공무원) 역시 23명 중 공무원이 16명으로 외형상 문민화율이 법정기준인 70%에 도달했지만 이 중 장성이나 영관장교 출신이 아닌 순수 민간인은 8명에 그쳐 실질적 문민화율은 35%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의 이번 징계 방침은 해묵은 과제인 국방부 문민화의 속도를 높여 국방 개혁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 장관도 상황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조속히 해결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로서는 다급하게 됐다. 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문민화율을 높이려면 과장급인 현역 대령을 대거 일선부대로 내보내고 공무원들을 승진 기용해야 하는데 그게 당장 올해 안에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군 일부에서는 "정부가 수년 전부터 공무원 총정원을 동결해 놓고서 이제와 우리만 몰아세우는 것은 지나치다"는 불만도 나온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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