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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분양가 상한제, 뽑아야 할 '대못'인가, 시장 안전장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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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분양가 상한제, 뽑아야 할 '대못'인가, 시장 안전장치인가

입력
2010.11.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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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 분양 폭리 방지를 목적으로 2007년 9월 도입된 분양가상한제가 시행 3년을 넘어섰지만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의원입법 발의 형식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이 추진되면서 상한제 유지ㆍ폐지를 둘러싼 찬반 여론은 더욱 엇갈린 상태.

당장 건설업체를 비롯한 재계는 대표적 ‘규제 대못’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최우선으로 풀려야 하는 규제 가운데 주택ㆍ건설(39.8%) 분야가 노동(43.8%) 부문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는데, 분양가상한제가 주택ㆍ건설분야의 핵심 규제로 꼽혔다. 최근 전세난의 원인인 민간 주택공급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상한제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상한제 폐지가 건설업계의 입장만 반영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미분양 원인 중 하나가 고분양가였는데도 건설업계가 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시장이 회복되고 수도권 일부를 중심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상한제 폐지 명분도 약해지고 있다.

상한제 폐지 법안의 키를 쥐고 있는 정치권에서도 찬반 공방이 거세다.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는 11일 10대 국정감사 후속 과제를 선정하면서 전셋값 안정 등 주택시장 정상화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당론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 지난달 27일 열린 국회 국토해양위에서도 상한제 폐지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이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연기됐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 분양가 상한제 찬성

대한민국의 주택공급 제도와 불투명하고 불안한 시장 상황으로 볼 때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시기상조로 판단된다.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주택공급 방식이 지어지기도 전에 판매하는 ‘선(先) 분양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 분양제는 소비자들이 건설된 주택을 보고 구입여부를 판단할 선택권이 없고 건설비용도 선납하는 구조다. 특히 소비자는 건설사의 주택공급 계획서만 보거나 유명 연예인이 알리는 광고 홍보물을 보고 주택 구입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주택의 품질이나 가격의 적정성 등은 따져보지도 못하고 주택 구매를 하게 되는 것이다.

건설사들은 이러한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건설원가에 맞는 합리적 가격을 책정하는 대신, 주변 시세와 비교하여 높은 분양가를 의도적으로 책정해왔다. 때문에 비슷한 위치에서, 비슷한 수준의 건설사가 동급 품질의 주택을 지어도 평당 많게는 수 백 만원씩 차이가 날 정도의 고분양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의 외면, 즉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고삐 풀린 분양가는 주택 소비자는 물론 건설업계에게도 독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분양가 상한제는 건설사의 분양 폭리를 막기 위해 도입된 것으로, 지어진 주택을 보고 청약을 하도록 하는 ‘후 분양제’와 함께 주택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볼 수 있다.

사실 엄밀히 따져볼 때,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여건을 감안할 때 분양가상한제는 지금처럼 유지돼야 하는 게 맞다. 설령 폐지가 검토된다 하더라도 그 전에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후분양제와 같은 제도를 먼저 도입하는 것이 순리다.

일부에서는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 ▦민간의 주택공급을 억제한다 ▦미분양이 쌓이는 상황에서 상한제를 폐지해도 분양가는 오르지 않는다며 폐지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언뜻 타당한 것처럼 들리지만 이런 논거는 분양가 상한제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

현재의 주택공급 위축은 건설사들이 가격이 오를 때 사업성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투기적으로 사업을 벌였거나, 시장 상황에 맞지 않는 높은 분양가로 공급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분양가상한제 시행 때문에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은 것이 아니라 건설업계의 터무니없는 고분양가 책정에 따른 시장 외면과 그로 인한 유동성 악화 탓에 공급을 하기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 본질이다.

또한 상한제를 폐지한다 하더라도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란 주장 역시 단순한 1차 방정식적인 풀이에 지나지 않는다. 최근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이 반등 기미를 보이고, 특히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폐지 검토는 시기 상조다.

분양가상한제는 가격 하락기에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상승기에 폭등을 억제하는, 혹시 모를 시장 불안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지금 국회에서 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논의하는지 오히려 궁금하다.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시기에 가격 폭등의 빗장을 없애는 것은 가격 상승기에 건설사의 폭리를 보장해 주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와 국회는 경제자유구역이나 관광 특구에는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배제하였는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히려 엄격한 제도의 시행이다. 거래 활성화를 위한 주택공급제도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면, 상한제 폐지가 아니라 주택시장에서 소비자와 공급자가 공정하게 거래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부터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윤순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기획실장

■ 분양가 상한제 반대

분양가상한제는 이미 뽑혔어야 할 ‘대못’이다. 대표적인 시대착오적 정책이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배경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봐도 지금 주택시장 상황에서 이 제도가 남아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분양가상한제는 신규주택 가격을 통제해 주택가격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논리로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의 주택시장은 ▦인구 성장세 둔화 ▦주택부족 문제의 충족 등으로 과거와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도권에서는 고점 대비 30% 이상 빠진 단지가 상당수에 달하고, 과거와 같은 가격 급등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10만호에 달하는 미분양 ▦끊이지 않는 미입주대란 등 신규주택시장의 리스크가 큰 상황에서 기존 주택보다 높은 가격의 분양주택은 시장에 나오더라도 팔릴 가능성은 낮다. 상한제 고삐가 풀리더라도 시장 외면이 뻔한 상황에서 고분양가를 내세워 주택을 공급할 회사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분양가상한제가 2007년 재도입된 이후 정책효과를 꼼꼼히 따져봐도 이 제도는 폐지돼야 한다. 당초 목표로 했던 시장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재도입된 이후로 주택경기와 상관없이 주택공급 물량이 집중되거나 감소하는 기형적 현상이 초래됐다.

2007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전에 인ㆍ허가를 받으려는 물량들이 쏟아지면서 그 해 인ㆍ허가 실적은 55만6,000가구(전년 대비 18.4% 증가)에 달했다. 이렇게 공급된 물량은 주택시장 침체를 맞은 2009년 하반기 이후 집중적으로 입주 시기를 맞이했지만 주택시장 침체로 수많은 단지에서 입주거부와 계약해지의 역풍을 맞았다. 한꺼번에 물량이 몰리면서 미분양 우려가 높았는데도 업체들이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주택을 쏟아낸 배경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분양가상한제는 또 민간과 공공 주택상품 간 차별성을 줄이는 역효과를 낸다. 주택수급 안정은 공공과 민간의 일정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목표다. 공공은 서민 대상의 저렴한 아파트를, 민간은 비싸더라도 질 높은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의 역할 분담이 합리적이다. 예컨대 민간에서는 주택규모는 작아도 고가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제도 아래에서는 민간도 저가 주택만을 공급해야 하므로, 공공 주택과의 차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주택수요의 구조적 측면에서도 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은 중장기적으로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등 구조적 변환기를 맞고 있다. 그에 따른 민간의 새로운 상품개발은 선택이 아니라 기업 생존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동안 주택산업은 총량적 주택부족의 상황에 맞춰 대량공급 방식으로 급속히 발전해 왔지만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기술개발을 통한 주택공급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주택에 대한 수요충족과 이를 위한 신상품 개발은 높은 연구개발(R&D) 비용을 요구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이를 막고 있다. 그린홈, 에너지 절감 주택 등 혁신적 미래주택을 앞당기기 위해서도 제도 폐지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주택수요가 집중되는 일부 인기지역의 재개발ㆍ재건축 단지에서는 분양가 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등 관련법을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는 보완책으로 막는 게 합리적이다. 일부 지역에서 우려되는 분양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모든 주택에 규제를 가하는 것은 더욱 큰 부작용만 키울 뿐이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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