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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팝아트 '메이드 인 팝랜드'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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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3국의 팝아트 '메이드 인 팝랜드' 전

입력
2010.11.1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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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수많은 영웅들의 이미지가 쏟아진다. 박정희의 작은 초상이 모여 마릴린 먼로의 얼굴을 이루는 김동유의 이중 그림, 붉은 입술의 마오쩌둥이 연꽃을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을 만화처럼 과장되게 그린 중국 작가 리샨의 '연지' 시리즈, 장지에 수묵채색으로 슈퍼맨의 전신 초상화를 그린 손동현의 '영웅수퍼만선생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일 개막한 '메이드 인 팝랜드'전은 서구에서 비롯된 팝아트가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어떤 방식으로 펼쳐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전시다. 한국의 이동기와 홍경택, 중국의 쩡판즈와 왕광이,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와 나라 요시토모 등 3국의 유명 작가 42명의 작품 150점을 모았다.

전시는 '대중의 영웅'에서 시작해 '스펙터클의 사회' '억압된 것들의 귀환' '타인의 고통' 등의 주제로 이어진다. 팝아트 전시라고 하지만, 전시장의 분위기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과연 이것이 팝아트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의문이 들 만큼 진지한 목소리로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특히 일상의 구석까지 파고든 자본의 힘을 드러내는 작품들이 자주 눈에 띈다. 벽 하나를 가득 메우고 있는 중국 작가 미아오 시아오츈의 사진 작품 '과잉'은 중국 전통 건축물의 형상을 하고 있는 선상 레스토랑과 현란한 조명이 빛나는 사각형의 디스코텍을 나란히 배치해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중국의 현실을 보여준다. 홍지연의 설치작품 '밀레니엄 판타지'는 앤디 워홀, 백남준, 살바도르 달리, 모나리자 등 미술사의 얼굴들과 도널드덕, 미키마우스 등 디즈니 만화 캐릭터의 몸으로 이뤄진 인형들을 검정색 상자 속에 담아 박제처럼 걸었다.

26m에 이르는 어두운 복도 양쪽에는 홍위병 모양의 캐릭터가 적들과 싸우는 컴퓨터 게임이 상영되고 있다. 1934년 중국 공산당과 국민당의 전투 장면을 전자오락과 결합시켜 정치와 상업성을 동시에 체험하도록 한 중국 작가 펑멩보의 작품이다. 규격화, 상업화된 예술을 비판하는 공성훈의 '예술작품자판기' 역시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작품이다. '당신도 예술을 싼 값에 소유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힌 자판기 안에는 젊은 작가들이 담뱃값 사이즈로 제작한 3,000원짜리 작품들이 들어있다.

나체의 여성들이 믹서기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이미지를 담은 아이다 마코토(일본)의 회화, 캐나다의 농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박윤영의 영상ㆍ설치 작업 '픽톤의 호수',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에서 야나기 미와가 선보였던 4m 높이의 거대한 노파 사진 등 기괴하고 잔혹한 이미지들도 전시에 포함됐다.

전시를 기획한 기혜경 학예사는 "흔히 팝아트라고 하면 작품의 이미지나 양식을 생각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대중매체의 속성이나 대량소비사회, 자본 이데올로기 등을 내용으로 담고 있는 작품으로 보다 광범위하게 해석했다"고 말했다. '우리시대의 팝아트'를 주제로 한 한중일 학술세미나, 청소년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마련됐다. 내년 2월 20일까지, 관람료 5,000원. (02)2188-6000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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