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한데, 푸른 하늘과 울긋불긋한 산천을 즐기고픈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이고, 가슴 한 켠으로 스미는 스산한 바람에 잡생각이 들끓기 쉽다. 차라리 책장을 덮고 누군가 가만가만 들려주는 책 읽는 소리에 마음을 내어주기 좋은 계절이다.
KBS 2TV '낭독의 발견'이 15일 밤 12시35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란 표제를 달고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한 세 편의 낭독 에세이를 들려준다. 첫 낭독 손님은 판화가 이철수씨. 충북 제천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그는 11월 농한기에 접어들어서야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걸까. 결실의 계절이자 상실의 계절인 가을에 누구나 한번쯤 자문해봤을 물음. 그의 답은 소박하면서도 묵직하다. '제 몫의 삶을 온전하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면서,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소중히 여기고 뜻깊은 삶이라 여기는 것. 그게 소중하지 않을까요?'(이철수의 중에서)
"만나라, 그리고 사랑하라."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씨는 치열한 삶에서 얻은 지혜를 이렇게 요약한다. '주저없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들을 만나 감동과 희열의 꽃을 피워보라. 사랑해라. 시간이 없다. 만나라, 사랑할 시간이 없다.'(신현림의 중에서)
국립수목원의 나무의사 우종영씨는 평생 나무 곁에서 배운 삶의 지혜를 일러준다. '나는 나무에게서 인생을 배웠다. 겨울이 되면 가진 걸 다 버리고 앙상한 알몸으로 견디는 그 초연함에서, (중략)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생명체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그 마음 씀씀이에서 나는 내가 정말 알아야 할 삶이 가치들을 배운 것이다.'(우종영의 에서)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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