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국회의 새해 예산안 심의가 본격화한다. 그러나 올해도 새해 예산안의 법정시한(12월 2일) 내 처리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여야가 정국 현안별로 충돌하면서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검찰의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 입법로비 의혹 수사는 의원 11명의 소환 문제로 연말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되고 있다. 검찰이 진행할 수사의 방향과 결과에 따라 여야 대치가 더욱 심화하면서 예산국회가 파행 운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검찰의 청목회 관련 조사와 소환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에 검찰의 불법 민간인 사찰 수사의 부실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실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나라당 의원과 관련자들도 비록 민주당과 온도 차는 있지만 검찰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검찰은 관련자는 물론 해당 의원들에 대한 조사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 바탕에는 정치권 반발에 밀릴 경우 수사의 정당성이 근본부터 훼손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야당의 반발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청와대 대포폰 지급 등 불법 민간인 사찰 사건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비리 사건, 그리고 청목회 입법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태도는 이중적이란 지적을 받기에 마땅하고, 공정한 수사와 엄정한 법 집행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또 서민을 위해 발로 뛰었다는 의원들을 마치 금품 로비를 받고 입법활동을 한 파렴치범쯤으로 국민들에게 일방적으로 비치게 한 수사방법에도 의문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의무를 방기한 채 예산국회를 방패막이 삼아 마냥 검찰 조사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산국회가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돼 예산안 심의가 부실하게 이뤄지고 처리가 지연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청목회 수사에 대해 회계담당자의 소환마저 거부한다면 정당하지 못하다. 조사에 당당히 응하는 것이 바른 선택이다. 당연히 검찰도 명백한 증거 없이 정황만으로 국민의 대표를 몰아세워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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