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의 가난 대물림을 끊겠다며 도입한 희망플러스통장 등 대표적 ‘서울형 복지’사업이 허술한 수혜자 검증 시스템으로 안팎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 전체의 긴축 재정에도 불구, 내년 복지 예산은 대폭 확대했지만, 취약한 검증구조와 불투명한 기금확보 탓에 사업 지속에 적색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저소득층이 3년간 매달 20만원씩 희망플러스통장에 저축하거나, 5년간 꿈나래통장에 매월 10만원씩 넣으면 시는 이들이 저축한 액수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과 이자를 통장에 넣어주고 있다. 현재 희망플러통장과 꿈나래통장 수혜자는 3만 가구로, 내년에는 대상자가 3,000가구 늘어나고, 이에 따라 시 예산도 올해 165억원에서 내년엔 200억원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수혜자가 매년 증가하는데도 이에 대한 검증작업이 철저하지 않다는 점이다. 희망플러스통장의 경우 수혜자 적합성 여부와 자활 방식을 검증하는 복지사 규모가 크게 부족하다. 2007년 시범 사업 때는 수혜자가 100명에 그쳐 복지사가 이들을 일대일로 관리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복지사 1명이 100가구 이상을 담당하는 실정이다. A복지사는 “복지센터 본연 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별도로 이들을 관리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관리가 이처럼 허술하다 보니 한번 수혜자가 되면 탈락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희망플러스통장의 경우 2007년 시작해 올해 말 저축액을 수령하는 100명 중 중도하차자는 2명에 그치고, 2007년 이후 신청자도 탈락률이 겨우 3%다. 이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정착된 미국, 대만 등에서는 1년 이상 저축한 가입자가 70%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소규모 단위로 대상자를 선정하고 철저한 사후관리로 중도탈락자가 높아서다.
기금확보도 문제다. 시 예산 외에 저축 증가액의 절반을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지원받고 있는데, 내년에만 200억원 이상을 이 단체에서 충당해야 한다. 시는 기금조성을 위해 모금회에 매년 인건비 3억원을 지원하지만 올 상반기에 모금회가 회원을 받지 못해 대상자 선정이 늦어지기까지 했다.
더욱이 최근 터진 공동모금회 비리사건으로 내년 모금도 불투명하다. 차질을 빚을 경우 부담액을 시가 모두 떠안아야 한다. 민간단체 주도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에서도 꾸준한 기금조성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김기옥 서울시의원은 “저소득층의 자산형성 지원을 위해 중요한 사업이지만 막대한 예산투자에 더해 행여 시 예산으로 기금을 메우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예산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가입자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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