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의 주부 사수 김윤미(28ㆍ서산시청)는 광저우 하늘에 금빛 총성을 쏘았고, 박태환(21ㆍ단국대)은 금빛 물살을 갈랐다.
만삭의 몸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강행한 김윤미가 단체전과 개인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의 기적을 쐈다. 단체전에서도 이미 1위에 올랐던 김윤미는 14일 광저우 아오티 사격관에서 열린 여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100.3점을 쏴 본선 383점과 합계 484.4점으로 481.7점(385+96.7)점을 쏜 중국의 순치를 물리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태명은 ‘오복이’. 이름처럼 정말 ‘복(福)덩이’다. 김윤미는 2관왕의 공을 3개월 뒤 태어날 아기에게 돌렸다.지난해 12월 결혼한 김윤미는 원래 아시안게임에는 나서지 않을 작정이었다. 소속팀 합숙 때문에 청주에서 일하는 남편 진철규(28)와 떨어져 지내면서 주말부부로 지내다 보니 빨리 아이를 가진 뒤에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노리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대표 선발전에서 예상치 못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그는 고민에 빠졌다. 김윤미는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마라”며 든든하게 지원해준 남편 진씨 덕에 소음이 적고 훈련강도가 낮은 공기권총에만 출전하기로 결심했다. 선수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만인 2007년에야 처음 국가대표로 발탁된 김윤미는 이전까지 국제대회에서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공기권총에 출전했지만 본선 21위에 그쳤다.
김윤미는 “처음으로 우승을 해보는 거라 정신이 없다”며 “경기 내내 속으로 ‘엄마한테 기운을 보내줘’라고 계속 말했다. 혹시라도 아이 때문에 팀에 누를 끼칠 까봐 걱정했는데 둘이서 같이 금메달을 따서 정말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한편 박태환은 이날 광저우의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경영 남자 자유형 200m 결선에서 기대대로 금메달을 따냈다. 기록은 1분44초80. 종전 기록을 0.05초 앞당긴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4년 전 도하대회에서 자유형 200m, 400m, 1,500m 우승으로 3관왕에 올랐던 박태환에게는 아시안게임 4번째 금메달이자 8번째 메달이다. 박태환은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쌓고 있다. 아시안게임 한국 수영 최다 금메달을 보유한 최윤희(5개)의 기록 경신을 눈앞에 뒀고, 수영 최다 메달리스트인 한규철(한국ㆍ11개)에게도 3개차로 다가섰다. 이날 금메달 9개를 추가한 한국은 금 13, 은 9, 동 12개로 중국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광저우=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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