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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58> 방정환 "어린이 고대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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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준의 문향] <58> 방정환 "어린이 고대로가…"

입력
2010.11.14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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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小波) 방정환(方定煥ㆍ1899~1931)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날’을 만들고, ‘어린이 찬미’를 쓰고, 처음으로 본격적 아동문학과 어린이문화운동을 일으킨 세계 어린이 운동의 창시자였다. 양반에 대하여 상민이, 남자에 대하여 여자가, 자본가에 대하여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위해 떨치고 일어난 인권 운동도 쉽지 않은 변화였다. 그러나 어린이처럼 스스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설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진보적 선견(先見)이며, 인권운동이었다.

소파는 일본에 유학하여 철학과 아동문학을 공부하고, 1920년 ‘개벽(開闢)’ 3호에 번역 동시 ‘어린이 노래, 불 켜는 이’를 발표하여, 처음으로 ‘어린이’란 말을 문화어로 정착시키고, 어린이를 한 인격체로 높이는 운동을 일으켰다. 1921년 서울에서 ‘천도교 소년회’를 만들고, 이듬해에는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선포하고, 1923년 어린이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다.

“새와 같이 꽃과 같이, 앵두 같은 입술로 부르는 노래, 그것은 고대로 한울(하늘)의 소리입니다. 비둘기와 같이 토끼와 같이, 부드러운 머리를 바람에 날리면서 뛰어 노는 모양 고대로가 자연의 자태이고, 고대로가 한울의 그림자입니다.”(‘어린이’ 창간사)

어린이가 사랑스럽다고 귀여워하지 않을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마는, 이렇게 어린이가 부르는 노래를 ‘하늘의 소리’에 비기고, 그 노는 모양을 하늘의 그림자라고 고백할 줄을 사람들은 몰랐다. 소파는 또 말했다.

“어린이는 풀로 비기면 싹이요, 나무로 비기면 손인 것을 알쟈. … 한(限) 없는 극(極) 없는 보다 이상(以上)의 명일(明日)의 광명을 향하야 줄달음치는 자임을 알쟈. … 그들 (어린이)을 떠나서는 우리에게 아무러한 희망도 광명도 없는 것을 깨닫쟈.”(‘개벽’ 23호, 1923)

이런 어린이 사랑의 정신은 그가 천도교를 알고, 특히 3대 교주였던 의암 손병희(孫秉熙)의 사위로,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인내천(人乃天)’ 사상에 투철한 그의 사람 사랑의 정신의 도달점이었을 터이다. 그의 어린이 사랑의 정신은 그가 쓴 ‘어린이 찬미’에서 특히 아름답게 발현되었다.

“이태까지는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 왔다. 그 복을 많이 가져 온 이가 어린이다. 그래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 복을 우리에게도 나누어 준다. 어린이는 순 복덩이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 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 눈이 온다고 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어린이 찬미’)

이런 소파의 소년 운동은 1957년 ‘어린이 헌장’ 공표로 이어졌다. 서울 종로 경운동 수운회관 앞에 선 ‘세계 어린이 운동 발상지’ 기념비는 유엔의 ‘세계 아동인권 선언’보다 30년 앞선 한국의 어린이 운동을 기념하고, 여기 소파의 말을 새겼다. “삼십년 사십년 뒤진 옛 사람이 삼사십년 앞선 사람을 잡아끌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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