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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노란 단풍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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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노란 단풍놀이

입력
2010.11.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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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놀이 다녀오셨습니까? 저는 새빨갛게 물드는 단풍을 보러 가는 단풍놀이는 쉰이 넘도록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정읍 내장사 단풍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저는 젊은 어느 봄날 단 한 번 그곳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영남알프스 단독산행을 즐길 때 가끔 깊은 산 속 홀로 물든 단풍나무를 만나 온몸이 빨갛게 물들어 본 적은 있습니다만, 제가 사는 남쪽에는 붉게 물드는 단풍나무 자체가 귀합니다. 노란 단풍, 갈색 단풍은 지천입니다. 무릇 단풍이란 푸른 잎이 빨강, 노랑, 갈색으로 물드는 것이라 그 단풍을 만나러 가는 것도 저에게는 단풍놀이입니다.

요즘 이곳의 산들은 푸른색과 노란색, 갈색으로 그려놓은 선명한 수채화 같습니다. 제가 해마다 찾는 노란 단풍놀이는 양산 내원사 계곡을 따라가는 일입니다. 햇살이 좋은 11월의 하루를 택해 계곡 따라 노랗게 물들었거나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는 일입니다. 맑은 계곡물은 흘러가고 물위로 노란 빛이 어루숭어루숭하게 빛나는 시와 같은 순간이 제게는 단풍놀입니다.

언젠가 단풍놀이 갔다가 참나무숲 단풍 아래서 수녀님들이 소풍 나와서 도시락을 드시는 그 정결한 풍경이 참 좋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도 꼭 점심 도시락을 챙겨갑니다. 오늘이나 내일, 당신이 내원사를 지날 때 잎이 지는 참나무 아래 천천히, 나무 잎 지는 속도로 도시락 먹는 사람을 보신다면 아마 저일 것입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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