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정상회담을 갖고 프랑스가 144년 전 약탈해간 외규장각 도서 297권을 한국으로 되돌려주기로 합의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외규장각 도서를 (프랑스) 국내법 절차에 따라 5년마다 대여 기간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간 난제가 풀리게 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반환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런 내용을 담은 합의문서를 작성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프랑스 국내법은 문화재의 영구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 5년마다 대여 기간을 갱신하는 형식으로 영구 대여하려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외규장각 도서를 한국에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년 가까이 양국관계를 껄끄럽게 했던 도서 반환 문제에 관한 이번 합의에 따라 한국 국립박물관과 프랑스 국립도서관은 조만간 대여 시기와 비용, 보관장소 등을 놓고 후속협의를 시작한다. 이런 후속 협의를 감안할 때 외규장각 도서의 연내 반환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규장각 도서는 1866년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군이 약탈한 것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프랑수와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이 반환 원칙에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도서들은 프랑스 문화계의 반대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반환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문화계 일부에서는 “왜 약탈된 문화재를 영구 반환 명분으로 정당하게 돌려받지 않고 대여 갱신이라는 편법으로 돌려받느냐”는 비판론도 제기되고 있어서 대여 갱신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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