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2일 프랑스로부터 외규장각 도서를 5년 단위의 대여형식으로 돌려받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해 문화계는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반응과 원칙을 훼손해 국민정서에 어긋난다는 비판으로 크게 엇갈렸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1991년부터 외규장각 도서 환수운동을 해왔던 이태진 국사편찬위원장은 “적어도 영구임대 방식은 돼야 한다는 우리의 요구에 대해 등가교환 방식을 주장해 온 프랑스가 대여 갱신을 택한 것은 법적 문제 등 현실적인 요소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돌려주겠다고 한 것으로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한편 그는 국내 보관 문제와 관련 “원래 규장각 도서의 일부였고 서울대가 환수운동을 시작했으니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등 고문서 반환 협상에 관여했던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양국이 합의한 방식은‘반환’에 강조점이 있으며 프랑스가 사실상 백기를 든 것과 마찬가지”라며 “5년 뒤 대여계약을 갱신한다면 그때는 그 기간을 10년 이상, 또는 그 이상으로 연장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합의”라고 말했다.
반면 문화유산 관련 시민단체인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의 황평우 소장은 이번 합의는‘제2의 외규장각’사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황 소장은 “프랑스 정부로부터 불법약탈에 대한 인정도 못 받고 사과도 이끌어내지 못했으며, 반환한다는 약속도 얻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민적 자존심이 훼손됐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도 끝까지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유전 경기문화재연구원장도 “아무리 정치적 타협이라지만 프랑스가 남의 것을 돌려주면서 이런 식으로 돌려준다는 것은 우리의 국민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받아놓은 뒤 안 돌려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지 모르겠으나 불씨를 남겨놓았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며 “돌려주기로 했으면 대승적으로 돌려줄 것이지 지엽적인 문제에 연연한 프랑스 정부도 대국답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시민단체인 문화재자리찾기 사무총장인 혜문 스님은 “외규장각 도서가 마침내 돌아오게 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다만 협상에 17년이라는 긴 기간이 걸렸는데도 협상 초기와 비교해 반환조건이 별로 개선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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